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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전력망, 전남에서 시동…정부 ‘분산에너지 전략’ 첫 시험대"

정부가 본격 시행에 들어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첫 시험대가 전남이 될 전망이다. 작년 6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지역 중심의 분산형 전력생산 체계를 제도화한 것으로, 정부는 전남을 광역 단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하고, ‘차세대 전력망 혁신기지’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는 대규모 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형 계통에서 벗어나, 전력 소비지 인근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저장·소비하는 분산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분산에너지특별법의 핵심 방향성과 맞물린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추진하는 ‘RE100 국가산업단지’ 유치까지 현실화할 경우, 전남의 산업지도 전반에 구조적 전환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전력망, 전남에서 출발…2천억 실증 예산도 반영

대통령실은 지난 7월 말 “전남을 차세대 전력망의 혁신기지로 조성하겠다”며 재생에너지의 실시간 생산·소비를 연동하는 양방향 계통망 실증사업을 전남에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 관련 사업비 약 2천억 원이 반영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남에 ▲에너지 직접 거래 ▲규제특례 ▲분산형 에너지 설비 ▲대규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설치 ▲AI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등을 종합적으로 적용하는 광역 단위 분산에너지 특화모델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여수석유화학단지, 광양국가산단 등 기존 에너지 다소비 산업단지를 AI 기반의 RE 마이크로그리드 산단으로 전환하고, 캠퍼스·군부대·공항 등으로 확장해 기술 실증과 확산의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RE100 산단까지 유치되면? 전남, ‘에너지 메가허브’로 부상

더 큰 전환점은 정부가 추진 중인 ‘RE100 국가산업단지’ 유치 가능성이다. RE100 산단은 입주기업이 100%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사용해야 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ESG 기준에 맞춰 첨단 산업 유치를 노리는 전략 산업지대다. 이미 대통령실은 RE100 산단 입지로 전남 서남권을 후보지로 언급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전남·광주에 RE100 맞춤형 지원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전남도가 역점 추진 중인 솔라시도 기업도시 일대 4,400만 평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후보지로 지정된 데 이어, 에너지위원회의 최종 심의만을 앞두고 있어 이르면 이달 중 특구 지정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높다. RE100 산단 지정이 이뤄지면 솔라시도 내 ▲AI 슈퍼클러스터 허브 ▲에너지 신도시 ▲에너지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등의 추진 동력도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정책 일관성과 실행력…법 제도 넘어 '운영 모델' 검증해야

그러나 법과 정책의 지원만으로 분산에너지 체제가 안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치 의무화, 계통 영향평가, 지역 전기요금제(LMP) 등 분산에너지특별법이 포함한 여러 조치들은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마이크로그리드나 VPP(Virtual Power Plant, 통합발전소) 같은 신기술의 사업화는 초기 수익성이 낮고, 전력시장의 규제 틀도 아직 유연하지 않다.

또한 RE100 산단의 경우, 기업 입장에서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과 비용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제 입주 유인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법률로 제도 기반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실제 운영 가능한 ‘사업 모델’과 ‘인프라’가 따라붙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RE100은 단순한 전기 문제가 아니라 산업·무역·인프라가 얽힌 종합 전략”이라며 “전남이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법 제정 효과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제2의 반도체로”…전남, 국가 전략 축 될까

전남도는 이번 차세대 전력망 실증기지 지정과 RE100 산단 유치를 계기로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에너지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고, 진짜 대한민국의 눈부신 번영을 전남이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23GW 구축 ▲연간 1조 원 규모의 에너지 기본소득 실현 ▲서남권 50만 에너지 혁신성장벨트 완성 등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분산에너지특별법이 가져올 구조적 전환이 과연 전남의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리고 그 모델이 다른 지역으로 어떻게 확산될지, 한국형 에너지 전환 전략의 첫 시험대가 조용히 가동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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