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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패권 경쟁 ‘심장’ 쥘 자는…국가AI컴퓨팅센터, 민관 대타협이 열쇠

정부 1단계 AI 전략 마무리 수순
2조5천억 규모 '국가AI컴퓨팅센터' 재공모 초읽기
삼성SDS 참여 의사에 업계 '들썩'…SPC 지분 구조·투자조건 변화 촉각
정부가 추진해온 대규모 국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이 반환점을 돌았다. AI 주권 확보를 목표로 고성능 GPU 확보와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등 굵직한 사업들이 하나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남은 과제는 단 하나—2조5000억 원 규모의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이다. 그러나 두 차례 유찰된 공모 과정은 정부와 민간의 입장 차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제 정부는 민간 참여를 이끌어낼 현실적 조건을 갖춘 '3차 공모'를 준비 중이다. 민간은 위험과 책임을 요구받으면서도 ‘자율성’과 ‘수익성’이 결여된 구조엔 더 이상 호응하지 않는다. 핵심 쟁점은 특수목적법인(SPC) 지분구조 완화와 초기투자 조건 변경이다.

정부 “모든 가능성 열어두겠다”…삼성SDS, 사업 판 흔드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SPC 정부 지분 과반 유지 원칙을 포함한 기존 조건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특히, 민간 출자 지분에 붙는 매입 의무와 이자 조항은 참여 기업들의 가장 큰 부담으로 지목됐다. 이 구조 하에서는 민간이 실질적인 운영권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S가 재공모 참여 의사를 내비치자 업계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기업의 전략적 명분보다 ‘실행 가능한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는 업계 입장을 정부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게 됐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조건 현실화에 따라 복수 기업이 재참여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며 SPC 구조 외에도 GPU 운영 위탁 등의 방식까지 병행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 AI컴퓨팅센터, 냉각 기술로 ‘게임 체인저’ 되나

이미 추진 중인 포항 글로벌 AI컴퓨팅센터는 미래 센터 운영의 전범(典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NHN클라우드와 텐서웨이브가 참여하는 이 센터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 B200을 중심으로, 직접 수냉식 냉각 시스템을 도입해 전력 효율성과 연산 성능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다.

수냉식 시스템은 고성능 GPU 운용에 따른 발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전력 요금의 차등제 적용과 친환경 전력공급(PPA)을 통한 RE100 대응 전략도 병행된다. 이는 산업부가 최근 강조하는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 인프라 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

산업부 과제는? “데이터센터 아닌 AI 주권 핵심 인프라로 접근해야”

국가AI컴퓨팅센터는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다. GPU 인프라 확보, 파운데이션 모델 고도화, 국산 AI 반도체 실증 등 정부 AI 전략의 허브로 작동해야 한다. 그만큼 산업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의 유기적 협력이 요구된다.

산업부는 ‘분산에너지특별법’에 따른 전기요금 차등제와 전력계통 영향평가 간소화, 장기 PPA 확대 등을 통해 AI센터 구축 여건을 뒷받침해야 한다. 포항 사례처럼 지자체-기업-정부 간 긴밀한 조율이 실현될 경우, 1엑사플롭스(EF)급 AI 인프라는 지방 균형발전의 신모델이자, AI 생태계 도약의 심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AI 인프라의 주도권을 민간에 맡긴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정부가 명분보다 실리를 택하고, 민간은 책임과 자율의 균형을 확보할 때 AI국가전략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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