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의 혜택을 주민과 나눈다는 개념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아온 전남 신안군의 ‘햇빛연금’과 ‘바람연금’ 모델이 에너지 정의와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맞물려, 이 모델의 전국 확산 가능성,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 적용의 타당성이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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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신안군 홈페이지 |
1만원으로 조합원 가입…연간 수백만 원 배당
신안군은 2018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되는 섬마다 주민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주민은 조합비 1만원만 내면 발전수익을 지분에 따라 배당받을 수 있게 했다. 발전사업자의 대출금 일부(4%)를 조합이 출자하고, 책임은 발전사업자가 지는 구조다.
주민 참여는 초기에는 더뎠지만, 2021년 배당금 지급이 시작되며 판도가 바뀌었다. 발전소가 설치된 안좌도, 자라도, 사옥도 등에서는 1인당 분기별 12만원에서 최대 60만원, 가구 단위로는 최대 423만원까지 배당을 받은 사례도 있다. 자라도의 경우 24MW 설비로 주민들은 평균 분기 17만~51만 원을 받고 있다.
주민이 ‘주인’ 되는 에너지, 신안의 실험
전남 신안군은 전국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태양광발전 단지 유치에 앞서 ‘에너지 개발 이익을 주민과 공유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신안군은 다음과 같은 ‘연금형’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햇빛연금이란 태양광 사업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고, 바람연금은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지분을 군민이 참여·소유해, 매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수익 환원하는 것이다.
2024년 기준으로 신안군민 약 1만3천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1인당 연평균 200만~500만 원 수준의 소득을 얻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탈서울’ 청년들이 귀촌해 에너지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새로운 인구유입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서도 가능한가? “입지·제도·시민 수용성 3박자 필요
이 모델이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적용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전문가들의 시선이 엇갈린다.
◎ 입지 제약: 대규모 발전 부지 없다
신안군의 경우 광대한 임야·해상 자원이 있고, 송전 인프라 확장이 가능하다. 반면 서울은 가용 부지가 거의 없고, 도심 밀집으로 설치 갈등 우려가 크다. 옥상형 태양광은 가능하지만 규모나 수익이 제한적이다.
◎ 제도 한계: 시민 지분 참여 아직 미비
현행법상 도시에서 태양광·풍력 사업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배당을 받는 구조가 복잡하다. 한국형 RE100이나 시민참여형 발전제도는 있지만, 행정 절차와 투자 리스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확산이 더디다.
◎ 수용성 문제: 민원과 NIMBY
도시에서의 풍력, 변전소, 송전선은 주민 반발이 심해 ‘공유이익’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추진 자체가 어려운 사례가 많다. 신안군의 사례처럼, 사전 이익공유 및 주민설득 과정이 제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안군은 모델이지 해답은 아니다”
신안군의 햇빛·바람연금은 재생에너지를 단순한 ‘공공요금’이 아니라 공공자산으로 바라보게 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사례다. 하지만 서울 등 대도시에서의 적용은 단순히 기술이나 제도만이 아닌 공공성, 신뢰, 협치의 문제가 걸려 있다.
에너지 분권과 공공재로서의 전기를 어떻게 실현할지, 산업통상자원부와 지방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1.6%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도시형 모델의 개발이 필요하다.
‘에너지 연금’은 지방만의 모델이 아니다
신안군의 햇빛연금은 에너지 개발을 통해 주민 복지를 실현하고, 인구감소에 대응한 독창적 모델이다. 서울은 물리적 조건이 다르지만, 주민 참여와 이익 공유라는 핵심 정신을 살려 도시형 모델로 재해석할 수 있다.
산업부와 지자체는 이제 단순한 발전용량 확대를 넘어, 어떻게 시민과 이익을 나눌 것인가에 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