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멈추지 않는다…그렇다면 지속가능하게 가는 길은?
챗GPT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이터센터 수요는 국가 간 기술 주도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울산, 용인, 평택, 전남, 인천 등 전국이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선 가운데, 전력망 부담과 온실가스 배출 등 에너지·환경 이슈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유치냐 반대냐”의 단선적 논쟁을 넘어서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의 중심엔 재생에너지가 있다.
데이터센터의 폭주 전력소비…답은 태양과 바람?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1,000TWh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연간 전력 소비량(약 550TWh)의 2배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초대형 소비 시설들이 대부분 집중된 산업단지나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전력 공급 부담은 곧 지역 간 불균형과 전력망 병목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각국은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 직접 연계’를 의무화하거나, 지역 분산형 에너지 체계 도입을 병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분산에너지특구, RE100 도입, 열재활용 기술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RE100, 데이터센터가 움직인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은 이미 RE100 가입을 완료했고, 자체 태양광·풍력 발전소 또는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데이터센터 운영 전력을 조달 중이다.
예컨대, 구글은 북유럽 데이터센터에 풍력 전력 100% 연계, 애플은 자사 모든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 MS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 목표 선언했다.
한국에서도 카카오, 네이버 등 일부 기업이 RE100 참여를 선언했으나,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족과 국내 PPA 제도의 제약으로 실질적 이행은 더딘 상태다.
울산·전남이 주목받는 이유: 분산에너지 특화와 그린허브
울산은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서 동시에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남구 미포국가산단에 100MW급 AI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인데, 이 시설은 주변의 산업폐열·재생에너지를 일부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전라남도는 3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며, 해상풍력·태양광 발전소와 직접 연결되는 RE100 기반 클러스터를 설계 중이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전과 소비를 물리적으로 연계한 데이터센터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윤리는 ‘에너지’다
AI는 우리의 산업과 삶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그 기반이 지구의 자원을 잠식하고 있다면,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 ‘잘 설계된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연계, 분산형 설계, 지역 사회와의 공존 모델이다.
AI 기술의 미래는 전력망 위에 세워진다. 그 위가 석탄과 원전으로 깔릴지, 태양과 바람으로 연결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