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선전이 본격 막을 올렸다. 각 진영은 대선 슬로건을 통해 후보의 정체성과 시대 인식을 압축해 내걸며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캠페인의 표면적 문구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안엔 각 후보가 어떤 프레임으로 선거를 이끌지에 대한 전략적 복선이 녹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채택한 슬로건은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지금은 이재명”.
‘진짜’라는 단어는 단순한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윤석열 정부 시기의 헌정 파괴 논란, 12·3 비상계엄, 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의 시대를 종결짓고 국가 정체성을 ‘정상화’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들고 나온 “나라를 나라답게”와 유사한 기조로, 당시처럼 비상 상황을 정치적 동력으로 전환하려는 구도가 뚜렷하다.
슬로건에서 유독 강조된 ‘이제부터’와 ‘진짜’는 유권자의 정치 피로감을 돌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는 기존 정치 세력에 대한 냉소를 반사 이익으로 삼으려는 전략이며, 동시에 “지금까지는 가짜였다”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포함한다. ‘이재명 정부’가 과거 민주당 정부와도 다를 것이라는 차별화 시도이기도 하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새롭게 대한민국, 정정당당 김문수”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김 후보는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보수 정치인이다. 이력에서 출발해 ‘청렴’과 ‘약자 보호’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듯하지만, 지난 정권의 비상계엄 논란에 우호적 발언을 했던 전력은 여전히 뚜렷이 남아있다. ‘정정당당’이라는 키워드가 메시지와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비상계엄을 두둔했던 인물이 ‘정정당당’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메시지와 정체성이 충돌한다.
유권자에게는 스피커의 진정성이 선택의 핵심인데, 이 지점에서 김 후보의 슬로건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슬로건은 “미래를 여는 선택, 새로운 대통령 이준석”.
이른바 ‘세대 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노선이다. 2030 남성 지지층에 뿌리를 둔 이 후보는 ‘새로움’과 ‘합리성’을 강조하며 중도층 확장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당의 조직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이 슬로건이 얼마나 현실적 동력을 만들어낼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선의 슬로건은 “정상화”, “세대 교체”, “청렴성” 등 각 진영이 내세우는 시대 규정의 축약형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기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주당의 프레임이 선거 전체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선거는 늘 과거에 대한 심판이자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슬로건은 그 교차점에 서서, 유권자에게 말한다. “왜 나여야 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