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골목골목 경청투어 |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다시 거리로 나섰다. 황금연휴 기간, 수천km를 누비는 ‘골목골목 경청투어’는 단순한 유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권 핵심부조차 '위기'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이 후보는 ‘국면 전환’을 스스로 선택한 셈이다.
그 방식은 정면돌파다. 사법 리스크를 정치 에너지로 바꾸고자 하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험지 TK부터 민심 접촉…“정면승부” 시동
이번 ‘경청투어’가 이례적인 건, 시작점이 TK(대구·경북)와 접경지역이라는 점이다. 5월 1일 경기 포천·연천을 시작으로, 2일 강원 철원·인제·고성, 3일에는 동해안 벨트인 속초~삼척, 그리고 4일에는 영주·예천·단양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지지세가 약한 지역들이다.
주목되는 것은 ‘행선지’ 자체가 주는 상징성이다. 대법원의 판결 직후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을 먼저 찾았다는 건, 방어가 아닌 ‘공세형 전환’의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행보를 두고 “위기일수록 본진을 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를 이슈화하지 않고 흘려보내기엔 사안이 너무 크다. 그렇다면 정면승부 외에 길이 없다.
‘국토종주’ 콘셉트…사법 리스크를 정치 동력으로
5일부터 시작된 ‘2차 경청투어’는 명확한 정치 기획이 엿보인다. 콘셉트는 ‘국토종주’다.
경기도 양평을 시작으로 충북 음성·진천, 6일에는 증평·보은·옥천·영동·금산·진안, 7일에는 전북 장수·임실·전주·익산, 충남 청양·예산을 잇따라 방문한다.
지역 민심 청취뿐 아니라 청년 공약과 어르신 돌봄 공약 발표까지 포함해, 사법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정책 중심 국면 전환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 효과보다는, “정치가 멈춰선 것이 아니다”라는 시그널을 던지는 데 방점이 있다.
이 후보는 SNS를 통해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가 하는 것도, 사법부가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결국 국민이 한다. 오로지 국민만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판결의 정치적 함의를 역전하려는 메시지로, “사법이 아닌 민심이 최종 판결자”라는 기존 프레임을 재강조한 셈이다.
민주당 전략은 '국면 선점'…윤석열과의 대비 효과 노리나
민주당 내부 기류는 사법 리스크에 얽매이지 말고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연휴 직후 청년 공약 발표, 이후 어르신 돌봄 정책까지 이어지는 ‘정책 릴레이’는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여기에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나, 김문수 후보에 대한 야권 내부의 비판이 맞물리면서, 민주당은 상대의 분열을 ‘정치적 안정감’ 이미지로 상쇄하려는 흐름도 엿보인다.
사법 리스크는 변수 아닌 상수…‘민심 직결 전략’ 통할까
문제는 여전히 사법 리스크다. ‘국민이 최종 판단자’라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이 주는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될수록 이 문제는 상대 진영의 ‘공격용 칼’로 쓰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재명 후보가 택한 전략은, 방어 대신 주도권을 쥐고 뛰는 것이다. TK와 충청, 농촌과 접경지역이라는 정치적 험지를 무대로 삼은 것도 ‘정치적 체력전’에 자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자신감이 민심의 피로를 뚫고 실제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