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시기야말로 자신의 존재감을 제일 부각시키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질문을 던졌다.
안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계엄과 탄핵의 강을 넘지 않으면 이재명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동시에 김문수 후보에게는 사과를, 윤 전 대통령에게는 탈당을 요구했다.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히면서, 그 근거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논란과 과거 여권의 탄핵 논리를 꺼내든 것이다.
“국민께 사과하라”는 직설적인 표현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서 정치적 행보의 방향타를 암시한다.
이 발언은 단순한 과거사 소환이 아니다.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다.
■ ‘계엄과 탄핵’ 프레임, 왜 지금인가
윤 전 대통령의 재등판설, 김문수 후보의 공천 논란이 맞물리며 여권 내부의 균열 조짐이 커지는 가운데, 안 의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과거의 ‘권위주의 그림자’를 청산하지 않으면
이재명 후보에게 ‘명분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으며
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안 의원이 언급한 ‘윤석열 비상계엄’은 전직 대통령의 통치 후반기에 제기된 극단적 권력 유지 시도와 관련된 논란을 의미한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사실관계 다툼 중이지만, 그 단어 자체만으로도 국민 다수에게 불신과 공포를 상기시킨다. 탄핵 역시 마찬가지다. 정권 말기 보수 진영 내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의 분열을 대표하는 키워드다.
이 두 단어를 동시에 언급했다는 건, 안 의원이 내부 결속보다 "정치적 단절과 명분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뜻이다.
■ 김문수·윤석열 향한 이중 압박
김문수 후보는 보수 진영 내 대표적인 강경 인사다. 당내 일각에서는 그가 오히려 이재명 후보와의 극단적 대결 구도를 만들어 보수표를 결집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김 후보가 계엄과 탄핵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재명 후보에게 정치적 명분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중도표는커녕, 보수 내 이탈표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윤 전 대통령을 향한 ‘탈당 요구’는 더욱 파격적이다.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을 향해 탈당을 요구한 것은, 안 의원이 차기 대선 구도를 윤석열 중심이 아닌 "비윤 신질서 재편"으로 끌고 가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 ‘제3지대’ 아닌 ‘새로운 구도’의 메시지
안철수는 과거부터 ‘제3지대론’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메시지는 단순한 중도 노선 확보나 다당제 실험이 아니다.
그는 ‘윤석열 vs 이재명’이라는 양자 구도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동시에 김문수 후보가 그 구도를 더 강화시키는 인물이라고 진단하며 “그 프레임을 깨야 이재명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안철수가 단순히 보수 내 경쟁자가 아닌, 구도 전체를 재설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문수와 윤석열은 보수의 ‘기존 질서’를 상징하고, 이재명은 ‘진영대결’을 상징한다면, 안철수는 그 둘 다를 넘어선 정치적 서사를 만들어야 자신에게 기회가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