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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마포의 가로수, 누가 심고 누가 뽑나

언제 어디서든, 용비어천가는 있더라.
 '용비어천가'는 조선의 세종의 명으로 그의 선조인 목조에서 태종까지 여섯 명의 통치자의 행적을 기려 만든 서사시인데 사전적 의미와 달리 현대사회에선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아랫사람의 언행을 비꼬는 말로 쓰이고 있다.
2025년 마포 한복판에서도 울려 퍼진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장소는 다름 아닌 도화동 주민센터. 주제는 가로수였다.

문제는 ‘설명회’라 불린 이 자리가 설명보다는 찬양에 더 가까웠다는 점이다. 하루 전 날 기습 공지를 띄워놓고, 참석자 자리는 제한했다. 주민들 눈에는 닫혀 있었지만, 구청장을 향한 찬미의 통로만은 활짝 열려 있었다. “구청장님, 불철주야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발언이 이어졌고, 감히 반대 의견을 내놓은 주민은 현장에서 퇴장당하는 영광(?)을 누렸다.

구청장 박강수 씨는 당당했다. “이건 담당 공무원이 다 책임지고 하는 일”이라며 자기와는 무관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도 잘못이 있다면 “공덕동에 심어야 할 기증 소나무를 도화동에 심은 것 뿐”이라고 했다. 오히려 “3년 짜리 이행보증증권도 발행했으니 행정은 모범적”이라는 자화자찬까지 곁들였다. 누가 보면 ‘소나무 한 그루로 마포를 구원하는 지도자’라도 된 듯하다.

삼개로 소나무에 걸려있었던 구청장님께 감사하다는 글

하지만 주민들 눈에는 기묘하다. 나무는 뿌리를 내려야 하는데, 정책은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는 걸까. 찬양으로 물 주고, 비판은 뽑아내는 방식이라면, 남는 건 기울어진 숲과 공허한 박수 뿐일지도 모른다.

이제 온라인에서는 ‘마포구 가로수 사업 감사청구’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진짜 설명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숲이 아니라 무대에 서 있는 건지도 모른다.

https://www.juminegov.go.kr/spvs/spvs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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