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가 쓰레기 문제 해결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전국 각 지자체가 다회용기를 도입해 ‘일회용품 없는 축제’를 선언하면서 쓰레기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둘러싼 주민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축제 현장에서 시작된 다회용기 실험이 제로웨이스트 사회로 나아가는 단초가 될 수 있지만, 폐기물 처리 체계 개편 없이는 성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회용기 도입, 쓰레기 36.7% 줄여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 1,170개 축제 중 340개가 다회용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72% 늘어난 수치다. 특히 광양 매화축제, 안성 바우덕이 축제, 고창 모양성제에서는 다회용기를 도입한 뒤 참여자 1인당 하루 쓰레기 배출량이 54.6g에서 34.6g으로 줄어 36.7% 감축 효과를 확인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아예 매뉴얼을 마련해 축제 주최 측이 행사 한 달 전 다회용기 사용을 신청하면 세척업체와 3자 계약을 통해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세척비의 30%와 파손·분실분의 일부를 도가 부담하고, 현장에는 모니터링단을 투입해 제도 정착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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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사회를 향한 실험
다회용기 축제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제로웨이스트 사회’ 전환 실험으로 평가된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쓰레기 자체를 발생시키지 않는 사회 시스템을 지향한다. 축제 현장에서 개인 텀블러 지참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음식물 쓰레기와 다회용기를 분리해 수거하는 방식은 일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생활형 제로웨이스트 모델이라는 것이다.
속초 ‘Masupda! Sokcho’ 푸드페스티벌은 지난해 다회용기 2만2천여 개를 사용해 사실상 ‘일회용품 제로’ 축제를 실현했고, 강릉은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례까지 제정했다. 이러한 시도는 도시 브랜드를 높이고 관광객에게 “친환경 도시”라는 경험을 제공한다.
소각장 갈등, “발생 억제가 답”
문제는 쓰레기 종착지다. 전국 곳곳에서 신규 소각장 건설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거세다. 주민들은 “발생량을 줄이지 않은 채 소각장만 늘리는 것은 근본 대책이 아니다”라며 거부감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다회용기 축제 같은 발생 억제 정책이 확대돼야 소각장 건설 압박이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지자체가 앞다퉈 소각장 입지를 찾느라 주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다회용기 확대와 같은 생활 속 감축정책 없이는 제로웨이스트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정책 전환의 기회
환경부는 올해부터 축제 지원뿐 아니라 지자체 담당자 온라인 교육, 다회용기 보급 확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 연계를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국 단위 폐기물 정책 전환’의 출발점으로 본다.
지역축제의 다회용기 실험은 아직 작지만, 쓰레기 문제 해결의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 없는 축제가 일상이 될 때, 제로웨이스트 사회와 소각장 갈등 해소도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