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지방의회의 국외출장 예산 부정집행과 관련해 최소 87개 지방경찰서(청)에 수사의뢰하고, 236개 지방의회에 대해 감사 의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국 243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97%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사실은 시민단체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와 세금도둑잡아라가 국민권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과정에서 제출된 답변서에서 드러났다.
항공권 조작·체재비 부풀리기 등 수십억 원 규모
권익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의원들의 국외출장 과정에서 항공권 조작 등으로 빼돌린 예산은 18억 원, 체재비 과다 지급 및 목적 외 사용금액은 5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반복되는 외유성 출장 논란이 실제 예산 부정집행과 낭비로 이어진 사례임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권익위가 공개한 수사의뢰 현황에는 대구경찰청이 포함돼 있으나, 실제 언론보도에서 확인된 기초의회에 대한 압수수색 내역은 빠져 있어 수사의뢰 대상 지방의회는 87개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명단 공개 필요”
그러나 권익위는 어느 지방의회와 의원이 수사의뢰 또는 감사의뢰 대상인지 구체적인 명단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에 대해 두 시민단체는 “이미 언론을 통해 수사 진행이 알려진 상황에서 명단을 감추는 것은 국민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주권자인 국민이 어떤 지방의원들이 예산을 부정 집행했는지 알 수 있도록 권익위가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외출장 제도 존폐 논의해야”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방의회 국외출장 제도 자체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매년 외유성 출장 논란이 반복되고, 이제는 예산 부정집행 사실까지 드러난 만큼, 특별한 해외 초청 사유가 없는 한 지방의회의 국외출장은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수사·감사의뢰 현황 자료는 두 단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