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이 일상화된 2025년 여름, 서울 용산구와 마포구가 시민들을 위해 무더위 속 ‘작은 오아시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름하여 ‘샘터’.
용산구는 지난 7월, 기존 6곳에서 운영하던 ‘생수 자판기’를 총 9곳으로 확대했다. 정류장과 주민센터 등 생활권 중심에 설치된 이 자판기 또는 냉장고형 샘터에서는 시원한 생수를 무상 제공한다. 지난달 한 달 동안만도 약 3만 9000병이 소진됐을 정도로 반응은 뜨겁다. 생수자판기는 꿈나무종합타운, 중경고등학교, 이촌2동 주민센터, 녹사평역 광장 등 4곳에서 운영한다. 자판기 1대당 하루 600병의 생수가 비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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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구청장이 직접 생수자판기를 사용해 보고 있다 - 출처 - 용산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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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는 8월부터 ‘마포샘터’라는 이름으로 무인 생수 냉장고를 4개 공원과 광장에 설치했다. 하루 1300병이 공급되며, 휴대전화 인증을 통해 1인 1병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폭염특보 발효 시에만 운영되는 이 냉장고는 9월 말까지 구민들의 더위를 식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경의선숲길 공원(염리동), 도화소어린이공원(도화동), 레드로드 발전소(동교동), 구룡근린공원 입구(상암동) 등 4곳에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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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화동 소어린이 공원에 설치된 생수냉장고, 070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된다. |
시민 밀착형 ‘생활 복지 서비스’ 진화
이들 정책은 단순한 물 제공을 넘어, 지자체 서비스가 ‘예방적 복지’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열질환의 위험은 특히 노년층, 야외노동자, 어린이에게 높다. 공공장소에서 손쉽게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다.
무더위쉼터, 스마트 그늘막, 물놀이장 등 기존 시설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용산구는 생수 자판기를 정류장 스마트쉼터와 결합해, 휴식공간과 냉수 제공을 동시에 해결하는 복합 모델을 제시했다.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 우려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포퓰리즘성 단기 정책’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첫째는 유지 비용 문제다. 하루 수천 병의 생수 제공과 관련 유지·보수, 관리 인력 등의 예산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는 이용 형평성 문제다. 냉장고를 열기 위해 전화 인증이 필요한 마포구의 방식은 정보취약계층, 특히 고령층에겐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반면 용산구는 무제한 배포를 막기 위해 자판기 배출 시간에 지연장치를 두었지만, 여전히 다회 이용이나 오남용의 여지가 남아 있다.
셋째는 환경적 측면이다. 페트병 생수를 대량 배포하면서 쓰레기 문제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향후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텀블러 충전소 등 친환경 요소와의 접목이 향후 보완 과제로 지적된다.
“작은 생수, 큰 의미”…정책의 다음 단계를 고민할 때
생수 한 병은 단순한 자원 제공이 아니라, ‘당신의 고통을 안다’는 메시지이자 복지의 실현이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 ‘더위도 사회적 위험’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이번 정책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생수 자판기가 일시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단순한 확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설계와 타당한 평가, 공공성과 환경성 간 균형이 필요하다.
‘작지만 확실한 위로’로 시작된 생수 정책이 진정한 복지 혁신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지자체의 다음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