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가 국내 놀이공원 최초로 무보증금 다회용컵 정책을 시행한다. 커피 한 잔에 1,000원을 더 내고 컵을 빌려야 했던 기존 다회용컵 체계를 넘어, 보증금 없는 ‘무료 다회용컵’ 시스템이 도입되는 첫 사례다. 이 실험은 단순한 일회성 친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놀이공원이라는 ‘한정된 폐쇄 공간’을 활용한 순환 시스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놀이공원형 순환경제”…공간 특성 반영한 첫 설계
환경부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용인특례시와 함께 지난 3월 자발적 협약을 맺고 이 같은 방안을 준비해왔다. 핵심은 놀이공원의 폐쇄성, 동선 통제, 고정된 매장 구조를 활용한 회수율 극대화 전략이다.
포인트 ①: 보증금을 없애 소비자 거부감을 줄였다.
포인트 ②: 반납 동선을 최적화해 회수율을 높였다.
포인트 ③: 전용 세척 시스템으로 위생 우려를 해소했다.
무보증금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놀이공원의 특수성이 작용했다. 하루 방문객이 수천에서 수만 명에 달하고, 이용객 대부분이 일정 동선 내에서 활동하는 만큼, 컵의 회수와 재사용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보증금 없는 다회용컵,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강릉·부산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된 보증금형 다회용컵 정책은 낮은 회수율과 시민 불편으로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보증금이 불편하다는 소비자 인식, 반납의 번거로움, 세척 및 재공급 체계의 미비가 걸림돌이었다.
에버랜드는 이를 감안해 보증금을 없애는 대신, 반납을 유도할 인프라를 대폭 강화했다. 식음료 매장, 어트랙션 주변, 입출구 등에 60여 곳의 반납함을 설치했고, SNS, 매장 POP, 전광판 등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강력한 안내 시스템도 갖췄다.
이는 ‘보증금’이라는 경제적 유인 대신, 체계적인 안내와 공간 설계로 회수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일회용품 감량의 관건은 ‘버리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벌금과 보증금으로 행동을 억제하려 했다면, 에버랜드 모델은 이용자 경험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회용’이라는 선택을 끌어내려 한다.
확산 가능성은?…"폐쇄형 대형시설 중심의 확장 기대"
김고응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놀이공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실험”이라며 “유사한 구조를 지닌 대중시설로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리조트, 대형 워터파크, 공항 내 카페, 대학교 캠퍼스 같은 통제 가능 공간 중심의 확산 전략을 암시한다.
이는 기존 상업시설 중심 정책이 겪은 회수율 저하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대안 모델이다. 특히, 다회용컵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사용을 위한 생태계’ 구축에 있어, 폐쇄형 공간은 오히려 이상적인 실험실이 될 수 있다.
환경 정책, ‘벌’보다 ‘경험 설계’로
에버랜드의 사례는 한국의 다회용컵 정책이 벌금과 규제 중심의 단계에서 설계와 시스템 중심의 전환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편을 감수하라는 요구 대신,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 친환경은 불편함이 아니라 ‘편리함 속의 순환’일 때 지속 가능하다.
에버랜드의 친환경 실험은 시작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이제 그 결과를 면밀히 관찰하고, 단순한 ‘공원 사례’가 아닌 전국 유사 시설 확산 모델로 정교화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