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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폐현수막 원스톱 시스템’ 도입…자원순환의 실효성과 고부가가치에 도전장


서울시가 폐현수막 재활용을 단순 처리에서 ‘체계적 순환관리’로 전환하며, 도시 자원순환 행정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 그간 장바구니·에코백 수준에 머물렀던 폐현수막 재활용은 이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서울시가 중랑물재생센터(성동구 용답동) 안에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을 신설하고, 수거부터 재활용까지 일괄 관리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공식 도입했다. 이는 폐현수막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서울시 최초의 시도로, 현재 용산구·광진구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며 향후 전 자치구로 확대될 예정이다.

 ‘버리는 자원’에서 ‘관리하는 자원’으로…현수막 관리의 구조적 전환

기존의 현수막 폐기 구조는 자치구별 개별 처리에 맡겨졌고, 대부분 고형연료(SRF)로 소각되거나 일부가 장바구니·에코백 등으로 단순 재활용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 집하장 설치와 원스톱 시스템 도입은 ‘폐기물’을 자원으로 재정의하는 행정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수거·집하·보관·선별·가공·출하까지의 모든 절차를 공공주도형 체계로 일원화하고, 다양한 민간 협력체계를 통해 기술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물질·화학적 재활용 도입…‘고부가가치 순환’으로의 진화

현수막은 대부분 폴리에스터(PET) 등 합성 섬유로 제작되며, 일반적인 재활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화학사 등과의 민간 협력을 통해 해중합(depolymerization)이나 용매 추출 같은 물질·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물리적 절삭·봉제 방식에서 벗어나, 폐현수막을 원료 수준으로 분해해 다시 고분자 소재로 재가공할 수 있는 방식이다. 성공 시, 현수막이 산업용 원단·건축 자재·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재탄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광고물이 자원이 되는 사회’…시민 인식 전환도 관건

서울시는 단순히 폐현수막을 모으고 처리하는 데서 나아가, 지속가능한 광고문화와 자원 인식 전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행정 현수막 중심으로 체계를 잡되, 정당·민간 광고물에 대해서도 수거 협약이나 공공-민간 분담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 책임’ 개념을 적용한 광고물 배출 관리제 도입 논의도 향후 정책 확장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환경+복지…‘자활센터 연계’ 가능성도 열려

서울시는 이미 다회용기 수거 등 자원순환 행정에 자활센터 등 사회적경제 조직을 적극 연계해온 경험이 있다. 이번 폐현수막 집하장 역시 단순 물류 거점이 아니라, 취약계층 일자리와 연계된 지역 순환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선별, 세척, 분류 등 수작업 기반의 공정은 사회적 기업 참여에 적합하다.

폐현수막 ‘쓰레기’ 아닌 ‘산업 소재’로…도시순환 행정의 실험대

서울시의 폐현수막 집하장 설치와 원스톱 시스템 도입은 단순한 처리의 효율화를 넘어, 자원순환 구조의 질적 전환을 시도한 첫 단계다. 서울이 직접 재활용 흐름을 관리함으로써 고부가가치화 가능성, 시민 인식 개선,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파급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실험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도시가 폐기물을 통제하고, 경제적 자원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본격 가동될 수 있다. 서울시는 이제, 단순히 자원을 절약하는 도시가 아니라 자원을 창출하는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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