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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승소에도 불구…서울시 ‘마포소각장 홍보’ 강행, 법치주의 역행 논란

서울시가 법원 판결을 뒤엎는 듯한 행정 기조를 고수하며 '소각장 추가 건설' 홍보를 강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시의 일방적인 환경정책 추진 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김기덕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4)은 지난 19일 열린 시의회 정례회에서 마포자원회수시설 추가 건설에 대한 서울시의 ‘무리한 홍보’ 행정을 정조준했다. 김 의원은 “주민이 승소한 행정소송 이후에도 서울시가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고 항소를 강행했다”며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소각장 홍보를 이어가는 것은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민이 이긴 소송…시민 혈세로 법정 공방?”

서울시는 지난 1월 10일, 마포구 주민 1800여 명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마포소각장 추가 건설에 대한 고시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결했으며,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2주 만에 항소를 제기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김기덕 의원은 이를 두고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항소를 취하하고, 그간 고통을 감내해온 마포구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시민 세금으로 불필요한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행정의 책임 방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송 중인 사안에 ‘홍보 행정’…법적·정치적 무책임

논란의 핵심은, 법원의 판단이 끝나지 않은 사안임에도 서울시가 지하철, 버스 등에 ‘소각장 필요성’을 암시하는 홍보물을 게시해 여론전에 나섰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이 행위에 대해 “시민을 우롱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처사”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지하철 5호선에 부착된 포스터-상암DMC 카페 출처

또한 그는 2024년 서울시 결산심사 의견서에 “마포에 건립 중인 자원회수시설은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언급이 포함된 점도 강하게 문제 삼았다. “행정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시 내부 문서가 이미 건설을 전제로 움직이는 것은 사전 여론 조작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홍보기획관은 이에 대해 “자원회수과의 요청에 따라 홍보를 진행했으며, 해당 논란을 인지한 뒤 중단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혀 뒤늦게나마 관련 광고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쟁점 분석: 환경정책인가, 지역 희생 강요인가

서울시는 ‘2026년부터 직매립 금지’라는 국가정책과 수도권 폐기물 처리난을 이유로 마포자원회수시설 추가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환경정책의 정당성 이전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마포구는 이미 2001년부터 서울시의 쓰레기를 떠안아온 지역으로, 주민들의 누적된 피로와 형평성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소각장 문제는 전 서울시민의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어 민감한 사안”이라며 “그렇더라도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주민들과의 신뢰 회복을 먼저 고려했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절차와 신뢰 무너진 서울시 행정, ‘환경’도 ‘시민’도 없다

서울시가 '법원 판결 → 항소 → 홍보 강행'이라는 수순으로 보여준 일련의 행정은 절차적 정당성과 시민과의 신뢰, 둘 다 놓친 결과로 평가된다. 김기덕 의원의 지적처럼 ‘행정의 오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시가 이 사안을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닌 ‘공공 신뢰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제라도 주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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