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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컵에 담긴 400원의 가치…서울시 ‘서울페이 개인 컵 포인트제’의 환경적 의미와 과제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한 서울시의 새로운 실험이 6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서울페이 개인 컵 포인트제’는 커피나 음료를 살 때 개인 컵을 사용하면 최소 400원의 혜택(매장 자체 할인 + 서울페이 포인트 적립)을 제공하는 제도다. 혜택은 단순한 경제적 인센티브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정책은 서울시가 일회용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생활밀착형 자원순환 전략의 하나로 기획한 시도다.


경제적 유인, 환경적 절박함을 만나다

포인트제의 구조는 간단하다. 개인 컵을 지참해 참여 카페에서 음료를 구매하면, 매장은 최소 100원 이상 자체 할인을 제공하고, 서울시는 여기에 300원의 서울페이 포인트를 추가 적립해 준다. 일회용품 감축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경제적 유인 구조를 결합한 방식이다.

서울시는 비서울페이 사용자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동일한 300원 상당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차액은 시가 매장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참여자 입장에서는 ‘개인 컵 사용 = 즉시 혜택’이 되는 셈이다.

제도적 연계와 실효성: 음식점업 면허까지 확대

참여 자격도 광범위하게 열려 있다. 기존의 휴게음식점(카페)뿐만 아니라 일반음식점, 제과점, 즉석판매제조업까지 참여가 가능해, 테이크아웃 중심의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동네 카페, 제과점, 편의형 매장까지 제도 참여 문턱이 낮아졌다. 이는 행정적 유연성과 정책 파급력 확대를 동시에 노린 설계로 보인다.

실효성과 과제: 소비자의 습관, 매장의 시스템

그러나 제도의 안착에는 몇 가지 현실적 장벽이 존재한다.
첫째, 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 개편이라는 기술적 진입장벽이다. 참여 매장은 개인 컵 할인 항목을 결제 단말기에 설정해야만 서울페이 포인트가 적용된다. 중소형 자영업자에게는 이러한 설정 변경조차 번거롭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둘째, 소비자의 행동 전환이다. 개인 컵을 들고 다니는 습관이 아직은 보편적이지 않다. 이전의 ‘다회용 컵 보증금제’나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소비자의 실질적 행동 변화를 유도하려면 일관된 캠페인, 반복적 메시지, 문화적 공감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시적 인센티브가 만드는 거시적 변화

서울시가 이번 제도를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두고 시작한 것은 상징적이다. 기후 위기와 플라스틱 오염이 일상적인 위협으로 다가온 지금, 환경 정책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생활 속 작은 선택의 유도로 진화하고 있다. 개인 컵 하나, 400원의 포인트가 주는 가치는 단지 할인 이상의 변화 가능성에 있다.

서울시는 참여 매장 목록을 스마트서울맵, 네이버 지도, 보조사업자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소비자와 매장의 자발적 참여를 제도 성공의 핵심으로 설정한 만큼, 초기의 저변 확대와 지속적인 제도 홍보가 관건이다.

‘서울페이 개인 컵 포인트제’는 결국 생활환경과 소비습관을 동시에 건드리는 정책 실험이다.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비단 일회용 컵을 넘어서 포장재, 빨대, 포크 등 다양한 일회용품 감축 방안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중요한 건 한 번의 캠페인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기후 위기의 시대, 서울시는 “바뀌는 습관, 쌓이는 포인트”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변화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응답할 것인가. 그 결과는 곧 서울의 쓰레기 양과 시민의 행동 데이터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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