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강제 교체…정당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나?

2025년 5월 9일과 10일은 우리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국민의힘은 정치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을 일으켰다. 
한 후보자가 전당대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지 얼마 만에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인물이 ‘강제’로 후보로 등록되었다. 
국민의힘 내부의 정치적 갈등과 비상한 상황 속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후보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바로 한국 정치에서 정당 민주주의와 절차적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모습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새벽에 벌어진 급박한 후보 교체

2025년 5월 9일 새벽, 국민의힘은 그 어떤 대선 캠페인보다도 급박한 시간 안에 대선 후보자 교체를 강행했다. 이날 자정부터 비상대책위원회는 김문수 후보의 선출 취소를 의결하고, 새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오전 1시, 김문수 후보는 갑자기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고, 오전 3시 20분에는 한덕수 전 총리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유일하게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단 1시간의 등록 시간 동안, 그 누구도 후보로서 등록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덕수 전 총리는 그야말로 ‘단독 후보’로 자리잡았다.

이 과정에서 당원들의 의사와 민주적 절차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단지 당 지도부의 결정에 의해 후보 교체가 이루어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이 절차가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급박하고 일방적인 후보 교체가 민주적 절차에 부합하는가?
국민의힘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문

강제 단일화, 정당 민주주의의 상실

김문수 후보 측은 이 같은 절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법원은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지위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당의 주도 하에 후보 교체를 강행하려는 모습이다. 김문수 후보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당 주도 여론조사의 효력을 정지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후보 교체가 무효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당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에 대해 “정당 민주주의, 상식을 버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안철수 의원은 "이재명 대선 후보를 막을 수 없다"며, "후보가 아닌 당 지도부에 의해 이뤄지는 강제 단일화"가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지아 의원은 “선출되지 않은 비대위가 선출된 후보를 무력화하겠다는 게 민주적 절차인가”라고 지적하며, 이번 사건을 비판했다.

정당의 자율성, 정당 민주주의의 파괴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되는 점은, 정당의 자율성과 정당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침해되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당원들이 선출한 대선 후보를 강제로 교체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는 사실상 당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강압적인 결정이었다. 한편, 당원들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은 채 진행된 이 과정은 향후 대선에서의 당의 결속력과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당의 민주적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단지 법적 논리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정당이 국민과 당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자초한 혼란은, 결국 대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더욱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국,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이제 모든 것은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국민의힘은 5월 10일, 전 당원 투표와 11일의 단일화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교체 문제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당원들의 의견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사건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미 국민의힘의 정치적 이미지는 크게 훼손되었으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결국, 한국 정치의 민주적 절차와 정당 시스템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정당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이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진정한 당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더 이상 강제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