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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순환열차버스’ 출발…관광객은 타겠지만, 골목은 살아날까

디자인은 눈길 끌지만, 운영 지속성·지역경제 효과엔 물음표
마포구가 5월부터 정식 운행하는 ‘마포순환열차버스’가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주요 관광지와 11대 골목 상권을 연결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관광과 교통, 상권을 한 번에 엮는 ‘착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 운영방식에 대해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관광형 교통수단’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일상 교통망과 연결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증기기관차 모양의 전기버스’, ‘귀여운 마스코트’, ‘기적 소리와 수증기 효과’는 언뜻 보기엔 지역의 정체성과 재미 요소를 더한 관광상품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주민과 소비자를 골목으로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류소는 총 17개, 하루 12회 운행, 60분 간격. 이는 관광용으로는 적절할지 몰라도, 상권 회복의 동력이 되기엔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간 기다려 한 정거장 가는 시스템이 골목상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는 현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들린다.

또한 요금도 결코 가볍지 않다. 성인 5,500원, 어린이·경로자도 3,000원이다. 
종일권 개념이긴 하나, 서울의 대중교통 체계에 익숙한 시민들에게 이 가격은 심리적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시범운영 기간 동안 예약제로 무료 체험이 가능했지만, 자발적인 재방문 수요로 이어졌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기자는 이 정책의 ‘구획화된 관광 동선 만들기’라는 인상에도 주목한다. 
지역은 살아 있는 생태계인데, 순환열차버스를 중심으로 동선을 고정해버리면 오히려 관광객이 특정 구간에만 몰려드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마포의 관광 경쟁력이 ‘망리단길’이나 ‘연남동’ 몇 곳으로 제한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예산 투입에 대한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차량 디자인, 홍보 콘텐츠, 안내 시스템, 인건비 등 운영비 전반이 결코 적지 않을 터. 이 비용이 골목상권 매출 증가로 실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디자인만 예쁜 전시행정’에 그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마포 전역을 관광 자원화하고 골목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건 ‘순환버스’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순환되는 지속 가능한 소비 구조’다. 진짜 지역 경제는 귀엽고 사진 잘 찍히는 교통수단보다, 한 끼 식사하고 재방문할 동기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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