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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협상인가 선거전인가…미 재무장관 발언에 드러난 '대선 활용' 의도


정권 말미의 외교 협상, 대선 앞둔 시점에서의 과속…야권 "정치적 치적 만들기" 비판 고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사실상 '대선용 치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정황이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통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미국 재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이 선거를 앞두고 무역 협상에서 "성공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밝혀, 한 대행의 협상 행보가 단순한 통상이 아닌 정치 일정과 맞물려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그간 야권이 제기해온 우려—즉, 권한대행의 신분으로 외교 현안을 대선용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단순한 정치공세가 아님을 방증하는 셈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협상을 마무리하고 돌아가 선거 운동을 벌이려는 의지가 크다"고 말하며, 한국 정부가 오히려 협상 마감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국내 정치 일정이 미국과의 외교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로, 외교의 정당성과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협상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통화 직후 언론 보도를 통해 대선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밝힌 점도, 그가 협상을 통해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 했다는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야권의 반발은 날카롭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려는 모습”이라고 비판했고,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대선도 아닌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국익을 내던지며 외교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성과를 따져보면, 한 대행이 강조한 협상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SCL)'에 여전히 포함시켰고, 관세 협상 역시 여전히 협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조차 "정치 일정을 고려해달라고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히며, 협상의 실질보다 정치 일정이 더 강하게 반영된 협상 환경임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 같은 상황은 외교의 연속성과 신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시적 권한을 지닌 대통령 권한대행이 민감한 무역 협상을 밀어붙이는 행보는, 차기 정부의 외교 공간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시선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외교는 신중함이 기본”이라며 “대외 메시지가 정권 이양기에선 곧 국내정치와 직결되는 만큼, 정략적 이용은 국익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익’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한 협상이 과연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익’과 어떻게 엮였는지, 앞으로 남은 50일이 이를 판단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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