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개발·관광 사업이 잇따라 좌초하는 가운데, 남원·속초·광양의 사례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실패담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부실한 수요 예측과 정치적 공약 중심의 사업 추진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서울시와 마포구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남원시는 테마파크 사업 중단으로 40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았고, 광양시는 수십억 원을 투입한 짚와이어 시설이 이용객 부족으로 존폐 기로에 섰다. 속초시의 대관람차와 영랑호 부교 역시 행정·사법 절차를 오가며 지역 갈등만 키우고 있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지역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낙관적 수요 예측과 정치적 결단이 검증 절차를 앞섰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서울에서도 반복된다.
오세훈 서울시가 추진 중이거나 추진해온 대형 사업들은 하나같이 “미래 비전”과 “도시 경쟁력”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비용 대비 효과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강버스 사업이다.
수상 교통 활성화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용 수요가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지, 기존 대중교통 체계와의 중복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초기 기대와 달리 운영 적자나 추가 재정 투입으로 이어질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울시 재정과 시민 몫이 된다.
종묘 앞 세운상가 일대 초고층 개발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도심 재편과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지만, 국가유산 훼손 우려와 난개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 도시 가치보다 단기적 성과에 치중한 결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마포구 역시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소각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대규모 시설 사업을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추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마포순환열차버스는 어떤가, 그리고 효도밥상은 어떤가.
다음 구청장도 이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을까?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대안 검토 없이 추진된 사업은,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지역 갈등만 증폭시킨다는 점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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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순환열차는 썬팅으로 인해 내부의 사람을 볼 수 없게 했으나 평균 2명이 탑승한다고 밝혀진 바가 있다. 2026년도 예산이 어떻게 책정되었는지, 탐승객을 늘려서 적자를 보전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
문제는 이 모든 사업이 대부분 선거 국면에서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단체장이 바뀐 뒤에도 공약이라는 이유로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원점에서 비용·효과 분석을 다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그 결과 실패한 사업의 책임은 전·현직 단체장 누구도 온전히 지지 않고, 재정 부담만 지역사회에 남는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마포와 서울의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비전이나 조감도가 아니다. 이 사업이 정말 필요한가, 지속 가능한가,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질문이다. 남원과 광양, 속초의 사례는 경고다. 서울이라고, 마포라고 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