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운항 100일을 맞아 사업 전반을 점검하는 긴급 간담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이라는 정책 목표와 달리 예산 낭비, 안전성 논란, 환경 훼손 우려까지 안고 있다며 서울시의 전면적인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위기의 한강버스 운항 100일 긴급점검 간담회’는 12월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으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수빈 서울시의원,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간담회는 예산 문제, 안전성과 교통 효과, 시민권리와 공공성, 환경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 박주민 “불투명한 추진…대중교통 철학 자체가 부재”
발제를 맡은 박주민 국회의원은 한강버스 도입 과정 전반의 불투명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서울시는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를 명분으로 한강버스를 추진했지만, 실제로는 대중교통으로서의 개념과 준비가 모두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험 없는 선박 제조사 선정 논란 ▲부품 수급 차질 ▲한강 수심·유속에 대한 고려 부족 ▲미숙한 운영 등을 문제로 꼽으며 “초기 설계와 추진 과정이 시민에게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1500여 억 원이 투입된 반면 연간 운영수입은 140여 억 원 수준에 불과해 향후에도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한강에서 운항이 멈춘 사고는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한강버스 사업의 백지화 또는 전면 재검토 필요성도 언급했다.
■ 김동언 “한강 특성 무시한 선박…기술·환경 모두 부적합”
토론에 나선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은 한강버스의 선박 구조와 운항 방식이 한강의 자연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한강버스를 둘러싼 논의가 매몰비용 때문에 살려야 한다는 주장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만 갈라져 있다”며 “이 사업은 다음 서울시장의 정책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유물질이 많은 한강에는 평저선이 적합한데, 현재 도입된 쌍동선은 바다에 적합한 구조”라며 “팔당댐에서 흘러오는 쓰레기와 이물질로 인해 스크류가 노출된 선박은 사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선박 건조에만 약 800억 원이 투입됐고 아직도 4척이 건조 중”이라며 “차라리 매각해 도서지역 대중교통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수빈 “예산 세 배 증가…전형적인 오세훈식 사업”
박수빈 서울시의원은 한강버스 사업이 막대한 부대 예산을 동반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셔틀버스, 충전선, 예인선, 소방 대응 체계 등 한강버스에 부수되는 사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계획 예산은 550억 원이었지만 실제 투입 예산은 1523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며 “DDP 등 과거 대형 사업과 닮은 전형적인 오세훈식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또 “정류장과 선착장 조성 비용까지 감안하면 재정 부담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간다”며 “다음 서울시장은 한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책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염형철 “한강은 유럽의 강이 아니다…억지 정책 확인”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공동대표는 한강의 자연적 특성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염 대표는 “베네치아나 템즈강과 달리 한강은 수량 변동 폭이 매우 큰 자연 하천”이라며 “유럽의 강을 도로처럼 활용하는 발상은 한강에 적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 둔치는 서울 면적의 6.7%를 차지하는 홍수 완충 공간이자 모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모래강”이라며 “선착장 설치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준설이 필요해 환경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연구원 자문 과정에서도 전문가들이 반대했음에도 사업은 강행됐다”며 “운항 100일 동안 한강버스의 한계는 충분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 “대중교통인지 관광사업인지부터 다시 물어야”
참석자들은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인지 관광사업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채 추진돼 왔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수십억 원의 추가 예산 투입이 예정된 가운데, 한강버스가 시민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