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지방선거 앞둔 서울, 정책을 누가 평가하는가

시민의정감시단 vs 서울시 시민공약평가단, 무엇이 달랐나
내년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정책을 둘러싼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책은 누가 평가해야 하는가, 시민 참여는 어디까지 보장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 평가는 권력을 감시하는 도구인가, 아니면 정당화의 절차인가.

올해 서울시를 둘러싼 정책 평가의 온도는 유난히 높았다. 예고 없이 치러진 대통령선거와 정권 교체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정치 지형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기존 여당이던 세력은 야당이 되었고, 수적 열세에 놓였던 정당은 다수당의 책임을 떠안았다. 권력의 위치가 뒤바뀐 이 시점에서, 정책과 공약에 대한 평가는 그 자체로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청사모습

실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들은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강버스 사업, 종묘 앞 재개발 계획, 광화문 ‘감사의 정원’ 조성 구상 등은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지만,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지를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지자체장의 공약은 어디까지 무조건 이행돼야 하는가, 이를 뒷받침한 의회 다수당은 감시자였는가 동조자였는가, 공무원 조직은 정책 집행의 주체인가 정치적 결정의 완충지대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떠올랐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올해 서울시 정책을 둘러싼 평가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민사회가 주도한 ‘시민의정감시단’과 서울시가 직접 운영한 ‘서울시 시민공약평가단’이다.

‘2025 시민의정감시단’은 서울WATCH, 서울풀뿌리시민사회네트워크,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등 3개 시민단체가 공개 모집한 160명의 서울시민으로 구성돼 지난 11월 출범했다. 시민의정감시단은 2022년부터 매년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상임위원회별·의원별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왔다. 평가 대상은 의회이며, 평가는 외부에서 이뤄지고, 결과는 시민사회에 환원된다. ‘우수 시의원’과 ‘우수 상임위원회’ 선정 역시 의정 활동에 대한 시민의 직접적 메시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반면 서울시 시민공약평가단은 성격이 다르다. 서울시가 선정한 70명의 시민을 연령·성별을 고려해 7개 조로 나누고, 변경이 필요한 공약을 중심으로 담당 공무원의 설명을 들은 뒤 조별 토론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이다. 전체 과정은 3차례, 최소 4시간 이상 진행됐으며, 1차 회의에 불참할 경우 이후 회차 참여를 제한했다. 평가의 대상은 ‘공약 변경’이며, 평가의 과정은 행정 내부에서 설계됐다.

두 평가단 모두 ‘시민 참여’를 표방하지만, 접근 방식과 지향점은 분명히 다르다. 시민의정감시단이 권력 바깥에서 의회와 행정을 감시하는 구조라면, 시민공약평가단은 행정이 설정한 틀 안에서 정책 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에 가깝다. 전자는 독립성과 공개성을 무기로 삼고, 후자는 숙의와 절차를 강조한다.

문제는 시민 참여의 형식이 아니라, 그 참여가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가에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평가는 권력을 불편하게 만드는 질문이어야 한다. 정책의 방향을 다시 묻고, 공약의 속도를 늦출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중단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 참여가 행정의 방패가 될지, 민주주의의 감시 장치가 될지는 지금 이 평가 과정들이 어떻게 기록되고 공개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