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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릿세 축제’로 전락한 마포 새우젓잔치… 봉사단체도 돈 내고 참여, 정산은 깜깜이

과도한 참가비·불투명 회계,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비판 확산
마포구가 매년 가을 개최하는 ‘마포 새우젓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와 달리 ‘자릿세 장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지역 봉사단체들마저 고액의 참가비를 부담해야 하는 현실에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참가비 430만 원”… 봉사단체도 예외 없는 ‘유료 축제’

최근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이 축제 먹거리장터 참가 업체에 보낸 문자에는 “참가비 300만 원, 보증금 130만 원 등 총 430만 원을 납부하라”는 안내가 담겼다.
축제는 오는 10월 17~19일, 3일간 열릴 예정으로 하루 100만 원이 넘는 참가비가 책정된 셈이다.

한 상인은 “음식 재료비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결국 판매가를 올리거나 음식의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부 지역 축제에서 반복되는 ‘바가지 요금’ 논란도 대부분 과도한 참가비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지역 봉사단체에도 예외 없이 같은 참가비를 부과한 점이다.
새마을협의회,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4개 단체에도 각각 430만 원의 참가비를 요구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 단체는 “수익을 전액 지역 봉사에 사용한다”며 “지역을 위해 일하는 단체에게까지 돈을 받는 건 행정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참가비는 공정성 확보”라는 구의 해명… 주민들 “누굴 위한 공정이냐”

마포구청 관계자는 “참가비는 운영비 부담을 줄이고 부스 선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 단체만 면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정성의 이름으로 봉사단체에게까지 자릿세를 받는 건 축제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한 상인은 “실질적으로 축제 운영비의 상당 부분은 이미 구 예산에서 지원되는데, 왜 참가자들에게 또 부담을 지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소비자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산은 ‘깜깜이’… 관변단체 중심 운영의 한계 드러나

참가비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건 정산의 불투명성이다.
축제에 참여한 한 동 새마을회장은 “축제 기간 하루 매출이 1천만 원을 넘는데도 정산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며 “참가비와 매출금이 어디로 쓰이는지 모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각 단체는 ‘인건비’ 명목으로 수익을 처리하지만,
공식적인 회계공개나 외부 감사 절차 없이 자체 정산으로 마무리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주민이 함께 만든 축제라면서, 정작 주민은 회계 내용을 모른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마포는 ‘상징’만 남은 새우젓의 도시… 지역산업과 단절된 현실

조선시대 한강 포구로 유명했던 마포는 ‘새우젓’의 지명 유래지지만, 현재 지역 내에 실제 새우젓 제조·유통업체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축제의 상당수 부스는 외부 상인이나 행사 전문업체가 차지,
지역 상권에 직접적인 경제 효과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지역 상징’만 남은 채, 이익단체와 외부업체 중심의 행사로 변질된 셈이다.

“파주처럼 지역민 중심으로 운영해야”

주민들이 주목하는 대조 사례는 파주시 장단콩축제다.
파주시는 지역 내 업체만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하고, 입점료를 받지 않으며 필요한 편의를 적극 지원한다. 그 결과 축제 기간 3일 동안 연인원 50만 명이 방문하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비해 마포구는 참가비 수입에 의존하며 “돈만 내면 입점 가능한 구조”로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주민은 “중국산 식재료를 국산으로 속여 파는 업체도 단속조차 못한다”며 “이익만 남기면 된다는 행정은 주민을 위한 축제라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반복되는 ‘축제의 민낯’

이 같은 문제는 마포만의 일이 아니다.
영암 왕인문화축제, 남해 마늘한우축제, 평창 송어축제 등 전국 곳곳에서도 과도한 참가비, 불투명한 정산, 외주 대행사 특혜 등 유사한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영암군의 경우 기획사에 계약금 90%를 지급한 뒤 정산 검증 없이 예산을 처리해 “특정 업체 특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역축제가 행정의 치적사업이나 특정 단체의 수익사업으로 변질되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축제의 본질, 주민에게 돌아가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역 축제는 수익사업이 아니라 공동체의 행사”라고 강조한다.
한 문화행정 전문가는 “예산이 투입되는 이상 회계 투명성은 기본이며, 참가비를 낮춰 주민과 상인이 함께 즐기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마포구는 “참가비는 운영비 충당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정산은 관련 단체가 자체적으로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구민사회에서는 ‘참가비 현실화’와 ‘정산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새우젓축제’의 진짜 주인은 주민이어야 한다.
참가비로 줄 세운 축제, 불투명한 정산으로 남은 의혹 속에서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라는 질문은 올해도 여전히 마포의 가을 하늘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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