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가 문래근린공원을 10차례 주민설명회를 거쳐 ‘숲 공원’으로 재정비한다.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주민 의견을 다시 수렴해 설계를 수정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절차적 의미를 되짚게 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출처 - 영등포구 홈페이지
영등포구는 지난 2월 19일 문래근린공원 개선 공사 설계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 1986년 조성된 이 공원은 보행로 파손, 배수 불량, 시설 노후화 등으로 개선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 면적 2만3,611㎡의 대규모 공원으로, 주민 이용도가 높은 생활밀착형 녹지다 .
공사 강행 대신 ‘중단’…설계 전면 재검토
구는 2025년 주민설명회와 구의회 심의를 거쳐 북측 구간 공사를 시작했으나, 일부 주민들이 공사 방식에 우려를 제기하자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 이후 총 9차례 설명회를 추가로 열고, 어린이 놀이터는 별도의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개선 방향을 재논의했다 . 이달 2일 열린 10차 최종 설명회에서 주민 의견을 반영한 설계안이 공개됐다 .
출처 - 영등포구 홈페이지
이번 정비의 핵심 기조는 “있는 것은 지키고, 부족한 것은 채운다”는 것이다 . 기존 대형 수목은 최대한 보존하고, 큰나무 110그루와 관목 3만5천 그루를 추가로 식재해 숲 중심의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 공사가 완료되면 이전보다 한층 울창한 도심 숲이 조성될 전망이다.
노후 운동시설과 휴게시설은 교체하고, 비가 오면 물이 고이던 보행로는 배수 개선 공사를 진행한다. 산책로는 누구나 걷기 편하도록 정비하고, 조명을 확충해 야간 안전성도 높인다 .
특히 어린이 놀이터는 연령대별로 공간을 세분화하고 규모를 확대했다. 유아·저학년·고학년 구역을 구분해 안전성과 활용도를 높였으며, 흩어져 있던 운동기구는 비가림 시설을 갖춘 체육 공간으로 통합한다 .
공원은 ▲수경시설과 연계한 ‘물빛숲’ ▲놀이시설을 둘러싼 ‘놀이숲’ ▲화관목 중심의 ‘화목원’ ▲소나무를 중심으로 구성한 ‘소나무숲’ 등 테마형 공간으로 재편된다 . 공사는 3월 착공해 5월 준공을 목표로 하며, 구간별로 나눠 진행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
‘형식’과 ‘과정’ 사이…마포와의 대비
이번 사례는 인접 자치구인 마포구와도 자연스레 비교된다. 마포 역시 주요 공공사업마다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지만, 이미 확정된 설계안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설명회가 의견 수렴의 장이라기보다 행정 절차상의 ‘통과 의례’로 기능한다는 비판이다.
물론 영등포의 10차례 설명회가 모두 충분한 숙의였는지, 참여 주민의 대표성이 확보됐는지 등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사를 멈추고 설계를 수정했다는 행정적 선택은 결과 이전에 ‘과정’을 중시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지방자치의 신뢰는 사업 규모보다 의사결정 구조에서 나온다. 주민설명회가 발표회에 머무를지, 정책을 바꾸는 협의체로 작동할지는 각 자치단체의 선택에 달려 있다.
문래근린공원 정비 사업은 그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지방자치는 완공 시점이 아니라, 설계도를 고치는 순간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