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도쿄, 닮은 도시 다른 선택…소각장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 서울과 도쿄는 인구와 면적, 자치구 수 면에서 비슷한 규모의 대도시다. 서울은 25개 자치구, 도쿄는 23개 구 체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쓰레기 소각시설의 수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도쿄 23구에는 21~22개의 소각장(청소공장)이 운영되고 있는 반면, 서울은 4개의 광역 자원회수시설이 25개 자치구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이 같은 격차는 단순한 시설 숫자의 차이를 넘어 도시가 폐기물 처리 시설을 어떻게 인식하고 배치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도쿄는 ‘내 쓰레기는 내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 아래 구 단위 분산형 소각 체계를 구축해 왔다. 각 구마다 최소 1곳의 소각시설을 두는 구조로, 시부야나 이케부쿠로 등 도심과 주거지 인근에도 청소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소각장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 시설이 아니라, 도시 내부의 공공 인프라로 편입돼 있다.

      일본 도쿄 중앙구에 위치한 하루미 플래그 아파트 단지 인접한 소각장  출처 조미경님
      일본 도쿄 중앙구에 위치한 하루미 플래그 아파트 단지 인접한 소각장, 마을 한가운데 삐죽 올라온 탑이 소각장이고 연기가 하나도 안나온다는 경험담을 공유해주셨다 - 사진제공 조미경님

      특히 시설 운영 과정에서 주민 신뢰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 수치를 공개하고, 시설 견학을 상시 허용하며, 악취와 오염물질 차단을 위한 이중·삼중 설비를 구축했다. 히카리가오카 청소공장의 경우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있으나, 내부 음압 설계와 악취 회수·재소각 시스템을 통해 외부 유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첨단 필터 기술을 적용해 굴뚝에서는 수증기 형태의 배출만 확인된다는 설명이다.

      도쿄의 소각장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 시설을 넘어 에너지 생산 설비로 기능한다. 소각열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일부는 외부에 판매한다. 인근 공공시설과 주민센터에 열원을 공급해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기도 한다. 소각을 통해 쓰레기 부피를 약 1/20 수준으로 줄여 최종 매립지 사용 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가연성 폐기물로 분류해 함께 소각하는 점도 한국과 다른 특징이다.

      이 같은 시스템의 배경에는 충분한 재정 투입이 있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하루 300톤 규모의 히카리가오카 청소공장은 약 3,5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 규모 국내 시설 대비 높은 수준의 사업비다. 고도화된 환경 설비와 모니터링 체계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반면 서울은 광역 집중형 구조를 유지해 왔다. 4개 소각시설이 서울 전역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 시행을 앞두고 시설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신규 입지 선정 과정은 번번이 주민 반발과 정치적 갈등에 직면하고 있다. 소각장은 여전히 ‘기피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도쿄가 구 단위 분산 책임과 정보 공개를 통해 소각장을 생활 인프라로 편입시켰다면, 서울은 특정 지역에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갈등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이는 기술력의 차이보다는 거버넌스 구조와 정책 철학의 차이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시설의 숫자가 아니라 책임의 배분 방식과 신뢰 구축 여부라는 지적이다. 도시는 매일 쓰레기를 배출한다. 이를 외곽으로 밀어낼 것인지, 도시 내부에서 분산 책임을 질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주민의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서울이 직면한 과제는 단순한 증설 여부를 넘어, 공공 인프라로서의 소각장을 어떻게 설계하고 신뢰를 형성할 것인가에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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