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무엇을 판단했나, 그리고 마포에 경의선은 무엇이었나
경의선숲길을 걷는 시민에게 이곳이 누구의 땅인지 묻는다면 “서울시가 만든 공원”이라는 답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이번 사건의 대상이 된 지상부지는 국유재산이고, 국가철도공단이 이를 관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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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2일 대법원은 서울시가 경의선숲길 부지를 계속 무상으로 점유·사용할 법적 권원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가철도공단이 부과한 약 421억2천만원의 변상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서울시의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공원의 공공성이 아니라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할 법적 권원이 있었는가에 있다.
1심은 서울시, 2심과 대법원은 공단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2010년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이 체결한 협약 등을 근거로 서울시가 경의선숲길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었다. 협약만으로 서울시가 경의선숲길 공원시설이 존치하는 동안 국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를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했다. 특히 공단이 서울시에 해당 부지를 계속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서울시가 협약 등에 근거해 무상점유·사용을 정당화할 법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대법원이 경의선숲길의 공공성을 부정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대법원이 판단한 것은 공원의 가치가 아니라 국유지 사용의 법적 권원이었다.
1906년 개통된 경의선, 마포를 가르다
경의선은 1906년 용산~신의주 구간이 개통됐다. 서울시 자료도 경의선숲길의 역사적 배경을 “1906년 용산~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의선 개통”으로 설명한다. 이후 경의선은 국가의 물류와 교통망을 담당하는 주요 철도였지만, 도시의 관점에서는 마포의 생활권을 가르는 철길이기도 했다.
마포구의회 회의록에서도 경의선이 국가 발전에 기여한 동시에 100년 넘게 마포구를 남북으로 나누고 철길 주변 주민들에게 고통을 줬다고 평가한 기록이 있다.
철도는 국가 발전의 기반이었지만, 마포 주민들에게는 건널목과 철도시설로 인해 생활권을 나누는 물리적 경계이기도 했던 셈이다.
철길에서 숲길로
경의선 지상구간이 지하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서울시는 폐철도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했고, 경의선숲길은 2012년 대흥동 구간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만들어져 2016년 전체 구간이 조성됐다. 마포구에서 용산구까지 이어지는 6.3㎞의 선형공원이다.
100년 넘게 도시를 가르던 철길이 시민의 산책로로 바뀐 것이다.
시민에게는 하나의 숲길, 행정에서는 다른 권리
이번 판결은 소유권과 공공성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사건의 지상부지는 국유재산이고, 서울시가 공원을 조성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속적인 무상사용 권원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변상금 판결이 경의선숲길의 공공적 가치를 부정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100년 넘게 도시를 가르던 철길을 없애고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바꾼 공간을 국가와 지방정부가 어떤 법적·행정적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인가.
시민에게 경의선숲길은 국가의 땅인지 서울시의 땅인지 따져야 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저 생활 속에서 이용하는 하나의 공공공간이다.
법은 토지의 소유와 사용을 나누지만, 시민의 삶은 그 공간을 나누지 않는다.
경의선이 철길에서 숲길로 바뀌었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숲길을 둘러싼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과 비용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나눌 것인지다.
■ 참고
대법원 2026. 8. 12. 선고 2025두3313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