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마포구의 ‘품격 있는 녹색 특화거리 조성사업’에 대해 절차상 위법성과 부당·미흡 행정이 다수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삼개로 구간에서는 관리청 승인 없이 기존 가로수가 제거·식재된 사실이 확인됐고, 도시숲 심의 결과를 초과한 사업 집행도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는 2025년 9월 주민 505명이 청구한 주민감사에 따른 것이다. 주민들은 마포구가 양버즘나무와 은행나무를 제거하고 소나무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과 조례, 서울시 도시숲 심의 조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감사 결과 보고서는 총 151쪽 분량으로, 사업 추진 절차부터 계약·예산, 기부 절차, 주민 의견 수렴과 정보공개 처리까지 전반을 다뤘다.
“심의 결과 초과 집행”… 절차적 위법성 인정
감사위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도시숲 심의위원회 의결 사항을 벗어난 사업 집행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마포구는 심의 결과와 다르게 수목 제거 수량과 식재 수량, 규격 등을 변경·초과하면서도 재심의나 변경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감사위는 이를 “심의 절차의 실효성을 훼손한 행위”라고 판단하며 “절차적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외부 전문가 자문 결과에서도 “심의 시 제거 35주가 승인됐으나 실제 83주를 제거한 것은 승인 범위를 넘어선 과잉 제거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감사위는 다만 사업 자체가 도시숲 심의를 거쳐 추진됐고, 가로수 정비가 일정 부분 행정 재량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해 “중대한 법령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나무 도심 가로 적합성 검토 부족”
감사 결과는 소나무 수종 선택의 타당성 문제도 짚었다.
산림청 가로수 매뉴얼과 서울시 정원도시 업무 매뉴얼은 소나무를 ‘내공해성이 약한 수종’으로 분류하며 차량 통행량이 적거나 띠녹지 폭이 넓은 곳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매뉴얼은 역사경관가로에서도 “주변경관과 어울리고 생육 여건이 양호한 장소에 한해 제한적 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마포구는 양버즘나무와 은행나무를 소나무로 일괄 교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감사위는 “도심 가로환경 적합성, 공해 내성, 배수 조건 등에 대한 사전 검토가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일부 구간에서는 활착 실패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삼개로 구간은 2025년 6월 고온다습한 시기에 식재가 진행됐고 이후 고사목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전문가들은 “수목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기”라는 의견을 냈다.
“관리청 승인 없이 제거·식재”… 수사도 진행 중
감사위가 가장 강하게 표현한 부분은 삼개로 사업 절차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공사는 관리청 승인 없이 기존 가로수를 제거하고 소나무를 식재했다. 감사위는 “법령상 요구되는 사전 승인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또 마포구가 이를 사전에 통제하거나 승인 절차를 요구하지 않은 점에 대해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감사위는 “현재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 책임 소재는 수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부 절차도 도마… “사후 추인처럼 운영”
삼개로 사업은 민간업체 기부 방식으로 추진됐는데, 감사위는 이 과정 역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기부심사위원회 심의 이전에 이미 후원신청서 접수, 인수·검수 확인,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사실상 완료됐고 실제 식재도 심의 전에 진행됐다. 감사위는 “기부심사위원회가 사전 통제기구가 아니라 사후 추인기구처럼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또 마포복지재단이 별도의 시가 검증이나 외부 감정 없이 업체 제출 견적서를 그대로 활용했고, 수목 가격과 식재 비용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위는 “명백한 위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기부금품 제도의 입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당한 행정운영”이라고 평가했다.
주민 의견수렴·정보공개도 “미흡”
주민 소통 문제도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위는 공청회나 주민설명회가 법적 의무는 아니라고 봤지만, “정책 결정 이전 단계에서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사업 관련 정보공개 과정에서는 비공개 사유를 잘못 기재하거나, ‘부존재’ 통지에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감사위는 반복적인 오기와 정정 미흡에 대해 “행정처리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법 단정은 어렵지만”… 반복된 ‘부당·미흡’ 표현
이번 감사 결과의 특징은 ‘중대한 위법’ 판단에는 신중했지만, 전반적으로 “부당·미흡한 행정처리”라는 표현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감사위는 가로수 교체 기준 적용, 식재 간격과 시기, 수종 선택, 설계변경, 기부 운영, 주민 소통 등 대부분 항목에서 “법령 위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합리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감사는 단순한 조경사업 논란을 넘어, 지방정부의 도시경관 사업이 어떤 절차와 공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 특히 ‘품격’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된 사업이 실제로는 행정적 투명성과 절차적 신뢰를 충분히 확보했는지에 대한 비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