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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조례를 뜯어보기 시작했다…마포에서 움직이는 ‘주민자치’

2026-10-07 07:57 | 입력 : 마포저널

두 차례 지방자치를 공부한 주민들, 세 번째 모임에서는 행안부 참고조례 한 조항씩 검토

마포에서 주민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날 교육에 앞서 한정민 사메가시티연구소 사무총장이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교육에 앞서 한정민 (사)시민과함께하는메가시티연구소 사무총장이 그동안의 진행 상황과 이날 토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행정이 마련한 주민참여 제도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스스로 지방자치를 공부하고 어떤 주민자치의 틀을 만들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세번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15일 시작된 ‘주민자치회, 제대로 알고 시작합시다’ 교육은 오는 10월 15일 시행되는 개정 지방자치법과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참고조례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당시 강의에서 던져진 핵심 질문은 “이 조항에서 주인은 주민인가, 행정인가?”였다.

세 번째 모임에서는 그 질문을 실제 조례를 놓고 풀어보기 시작했다.

‘공부’에서 ‘설계’로

첫 두 차례 모임에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구조와 주민자치의 의미, 외국의 사례 등을 공부했다면 이번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주민자치회 참고조례를 놓고 주민들이 직접 조항을 살펴보기 시작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5개 조로 나뉘어 각자 배정받은 주제를 중심으로 퍼실리테이터의 안내에 따라 조례 내용을 검토하고 의견을 나눴다.

당초 정해진 시간에 맞춰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예상보다 논의가 깊어졌다.

조항 하나, 문구 하나에도 주민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이렇게 규정하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되는가”, “주민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행정과 주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등 조례의 문구를 실제 주민자치 현장에 대입해보는 질문이 이어졌다.

시간표가 무색할 정도였다.

단순히 조례의 문구나 제정 취지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조항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특히 이날 참여자 가운데는 지역사회에서 아파트 입주자대표나 주민자치위원회 등을 경험한 주민들이 많았다. 제도와 현장의 간극을 직접 경험해 본 만큼, 조례의 문구 하나를 놓고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어냈다.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참여 기회’인가, ‘결정 권한’인가

이날 토론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주민들이 조례를 단순한 법률 문서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민자치회가 실제로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조직이 되려면 어떤 권한이 필요한지, 반대로 행정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를 따져보기 시작했다.

결국 주민자치의 핵심은 주민에게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실제로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앞선 강의에서 다뤘던 주민의 권리와 참여, 주민총회의 권한, 주민자치회 구성 방식, 자치계획, 행정사무 위탁, 회계와 정보공개 등의 쟁점도 이날에는 추상적인 강의 내용이 아니라 구체적인 토론의 대상이 됐다.

토론은 발표로 이어졌다

각 조의 토론이 끝난 뒤에는 논의 내용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각 조가 어떤 조항에 주목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의견이 모였고 어떤 쟁점에서 다른 의견이 나왔는지를 서로 공유했다.

아직 마포형 주민자치 조례의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의 과정은 오히려 어떤 내용을 주민들이 함께 결정해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단계에 가깝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주민자치회가 무엇인가’를 배우던 주민들이 이제는 ‘그 주민자치회를 어떤 제도로 만들 것인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관치에서 주민주도로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자치회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구체적인 구성과 운영은 조례를 통해 정하게 되는 만큼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주민자치의 실제 모습을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 누가 참여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행정이 초안을 만들고 주민에게 의견을 묻는 것과, 주민이 직접 조항을 검토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제도의 모습을 제안하는 것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마포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움직임은 후자에 가깝다.

주민들은 주민자치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방자치를 공부하고, 조례를 읽고, 조항 하나하나를 따져보고 있다.

지난 9월 첫 강의에서 시작된 논의가 3주 만에 실제 조례 조항에 대한 주민들의 토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앞으로 이 논의가 마포형 주민자치 조례에 어떤 내용을 담게 될지, 더 나아가 주민조례발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이번 과정에서 확인되는 변화는 분명하다.

주민자치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제도에 주민이 참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제도를 만들 것인지 주민 스스로 질문하고 논의하기 시작할 때, 주민은 비로소 참여의 대상에서 지방자치의 주체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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