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C 씨가 공사 현장을 처음 확인한 것은 연휴 시작인 지난 10월 3일이었다.
이날 아침 일찍 수험생인 자녀를 연습실에 데려다 준 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건물 앞에서 대형 크레인과 트럭이 동원된 대규모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차량이 차로를 점유하고 있었고 건물 주차장 진입로까지 막혀 있었다.
 |
| 10월 3일 건물 앞에서 대형 크레인과 트럭을 동원한 공사가 진행됐다. 주민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뒤에야 공사는 중지됐다. 10월 6일 오전 구청 담당자에게 문의했지만,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주민은 전했다. |
그제야 집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게 됐다는 것이 C 씨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후 건물 주변 CCTV를 확인하면서 더 의아한 사실을 알게 됐다. 공사는 이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며칠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9월 21일에는 건물 앞 보도에 보도블록을 다시 정비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과 함께 라바콘과 테이프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공사 내용이나 시설물 설치 목적을 알리는 안내문이 없었다.
평소 아침 일찍 외출해 저녁 늦게 귀가하는 가족의 생활 패턴 때문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는 것이 주민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보도블록 정비 과정에서 임시로 설치한 시설물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10월 3일 대형 장비가 동원된 공사를 직접 목격하고 나서야 그동안의 작업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위한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도로시설이 설치되는데, 왜 주민은 알지 못했나”
도로에 설치되는 교통안전시설은 일반적으로 단순히 현장에 나온 공무원 한 사람이 그날 결정해 설치하는 시설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시설은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자료를 근거로 설치를 결정했는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
특히 주민의 생활공간과 직접 맞닿은 장소에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건물 소유자가 그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결정 과정뿐 아니라 주민에 대한 안내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C 씨는 “왜 공사가 진행될 때까지 몰랐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공사가 시작된다는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며 “주민이 공사를 발견하고 작업자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설을 설치하는 쪽에서 먼저 알려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C 씨는 10월 3일 대규모 공사를 직접 목격한 뒤에야 상황을 파악했고, CCTV를 확인한 후에야 며칠 전부터 자신의 건물 앞에서 관련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건물 앞 공간, 소유자는 이미 비용을 부담했다
C 씨가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건물 앞 공간과 외관에 대한 문제다.
C 씨에 따르면 현재 건물을 지을 당시 건축공사를 위해 기존 가로수를 철거했고, 그 과정에서 관련 비용도 직접 부담했다.
그만큼 건물의 외관과 주변 공간을 건축물의 일부처럼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해당 건물은 독특한 건축 디자인으로 건축 관련 답사와 촬영 장소로 활용돼 왔으며, 방송과 광고 촬영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C 씨는 설명했다. 2027년 초 방송 예정인 한 프로그램의 촬영에도 건물 외관이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C 씨는 “건물 외관을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수입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현재 거주하는 세입자들도 건물의 외관을 보고 선택한 경우가 많다”며 “건물 정면에 대형 시설물이 설치되면서 건물과 망원로의 경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사정이 곧바로 시설물 설치의 법적 제한이나 재산권 침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시설물 설치가 재산권을 침해했는지는 별도의 법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카메라가 필요한지보다, 왜 이곳인지 설명해 달라”
C 씨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과속단속카메라의 필요성을 무조건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학교 주변의 차량 속도를 제한하고 어린이와 보행자를 보호하는 교통안전시설의 취지는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당 구간에 왜 카메라가 필요한지, 왜 양방향 설치가 필요한지, 설치 위치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C 씨는 해당 도로가 동교초등학교 방향으로 이어지는 구간이지만 짧은 거리 안에 신호가 반복적으로 설치돼 있고,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 시간에는 양방향에 차량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설치 결정 과정에서 교통량과 차량 속도, 교통사고 발생 현황 등 객관적인 자료가 검토됐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행정은 주민이 ‘발견’해야 하는 것인가
이번 사례의 핵심은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자체의 찬반이 아니다.
도로교통시설 하나가 설치되기까지 어떤 행정적 판단과 절차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설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민에게 어떤 안내가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다.
주민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행정기관이 교통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판단했다면 그 필요성과 근거를 설명하면 된다.
오히려 공익성이 큰 시설일수록 주민에게 결정 과정과 설치 필요성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행정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이번 사례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주민이 공사를 ‘왜 몰랐느냐’가 아니다.
주민이 자신의 생활공간 앞에서 며칠 동안 진행된 공사를 왜 사전에 알 수 없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려면 담당 공무원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해당 시설의 설치를 결정한 기관과 절차, 관련 자료, 주민 안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현재 C 씨가 문의한 담당 공무원은 휴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자의 부재와 별개로, 행정기관 차원에서 설치 결정의 근거와 절차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안전을 위한 시설이라면, 왜 주민에게 먼저 설명하지 않았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