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청사와 구 주관 행사에서의 1회용품 감축 실태를 조사하고, 조례와 예산 등 정책 기반과 실제 이행능력을 평가했다. 마포구는 86점으로 조사 대상 24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서울환경연합은 마포구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관리체계를 지속하기 위해 향후 조례에 관련 내용을 담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마포구의회 당시 복지도시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조례 추진 경위와 논의 내용을 확인한 결과, 지난 4월 22일 제283회 임시회 복지도시위원회에서 「서울특별시 마포구 1회용품 사용 저감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심사됐으며, 결국 보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시행하던 정책, 왜 다시 조례로 만들었나
마포구 집행부가 제출한 개정안의 핵심은 공공기관의 정의를 신설하고, 1회용품 사용 저감을 위한 추진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며, 공공기관의 1회용품 사용·제공을 제한하는 내용을 조례에 추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심사 과정에서 오옥자 의원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공공기관에서 이미 1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마포구가 별도로 조례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에 자원순환과장은 공공기관 1회용품 사용 저감 지침에 따라 기존에도 시행하고 있었지만, 전년도 시민단체의 25개 자치구 조사에서 마포구의 1회용품 반입 빈도가 높게 나타났고, 당시 마포구 조례에는 공공기관의 반입·사용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어 이번 개정안을 상정했다고 설명했다.
즉 이번 조례 개정은 새로운 정책을 처음 시작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이미 집행하고 있던 정책을 조례에 명시해 제도화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훈령으로 하면 되는데, 왜 조례인가”
장정희 의원은 이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파고들었다.
개정안의 추진 근거로 제시된 것이 국무총리훈령인 만큼, 훈령은 행정조직 내부의 지침인데 이를 굳이 주민의 준수 의무와 연결될 수 있는 조례에 담아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였다.
장 의원은 “내부 지침이면 안에서 하면 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내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사항을 굳이 조례에 넣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자원순환과장은 기존 「1회용품 사용 저감 지원 조례」 자체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만들어졌고, 이번 개정에서는 기존 조례에서 빠져 있던 공공기관 부분을 국무총리훈령에 따라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조례로 명문화하면 정책의 지속성과 의회의 통제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조례로 만들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이번 심사에서는 바로 그 부분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노력하여야 한다”…강제력은 어디까지인가
개정안 제5조의 핵심 표현도 논란이 됐다.
공공기관은 1회용품을 사용하거나 제공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로 규정했다.
김승수 의원은 강제성이 없는 조항으로 실제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자원순환과장은 공공기관에서 원칙적으로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소규모 행사 등 불가피한 상황까지 강제하면 행정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어 ‘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강제하지 않을 것이라면 조례가 갖는 실질적인 차별성은 무엇인가.
반대로 실질적인 감축을 목표로 한다면 어떤 경우를 예외로 인정하고, 누가 판단하며,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가 조례나 시행계획에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실제로 김승수 의원은 ‘구민 안전 확보 및 재난 상황 등 구청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경우 1회용품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 적용 기준과 관리 방안이 있는지를 물었다.
집행부의 답변은 재난이나 화재 등 다회용기를 준비하기 어려운 상황을 예로 드는 수준이었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나 사후관리 체계는 회의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적용 범위도 심사 과정에서 흔들렸다
공공기관의 범위 역시 명확하지 않았다.
당초 집행부는 마포구의회를 공공기관 범위에서 제외했다. 집행부와 의회가 별개의 기관이라는 이유였다.
장정희 의원이 그렇다면 의회에서는 1회용품을 사용해도 되는 것이냐고 묻자, 자원순환과장은 의회에서 별도의 조례를 제정하면 된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이후 정회 과정에서 자원순환과장은 자신의 답변을 정정했다. 서울시 조례를 확인해 보니 서울시의회도 포함하고 있었으며, 마포구청과 마포구의회를 함께 공공기관 정의에 포함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례의 적용 대상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조차 심사 과정에서 수정될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정작 청사에서 얼마나 쓰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실태관리다.
김승수 의원은 마포구청 내 ‘누구나 카페’ 1호점과 2호점의 하루 1회용품 사용량을 파악하고 있는지 물었다.
자원순환과장은 구체적인 사용량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과거 매장 안에서 마시는 경우에도 1회용 컵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어 행정지도를 했으며, 현재는 테이크아웃에만 1회용품을 사용하고 매장에서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을 조례로 제도화하려면 최소한 현재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조례 시행 이후 얼마나 줄었는지 측정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조례를 심사하는 시점에도 청사 내 특정 시설의 1회용품 사용량조차 정량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했다”로 끝나는 조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병준 의원의 지적은 이번 논쟁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준다.
고 의원은 공공기관이라는 범위에 조례를 묶어놓고 “우리는 했다”로 끝나는 조례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 1회용품 감축을 위해서는 청사 안에서 사용하는 것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청사 주변 상권과 연계해 1회용품이 청사로 들어오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변 카페가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텀블러 이용을 유도하는 캠페인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집행부 역시 이를 받아들여 추진계획에 다회용기 지원이나 업체 지원 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오옥자 의원 역시 행정의 선언보다 실제 이행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마포구가 새우젓축제에서 다회용 식기를 사용하는 등 먼저 실행했던 사례를 들면서, 단순히 선언이나 규정을 만드는 것보다 마포구의 특성에 맞는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보류된 조례안
이런 논의 끝에 차해영 의원은 개정안의 민간위탁 조항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교육·홍보 사업을 기관이나 개인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지만, 어떤 사업을 누구에게 위탁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관련 절차와 심의 장치도 조례에 충분히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복지도시위원회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을 보류했다. 다음 날 열린 본회의에서도 해당 조례안이 보류된 것으로 보고됐다.
조례의 존재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바꾸느냐’
서울환경연합의 이번 조사는 오히려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서울환경연합은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조례와 예산 등 정책 기반뿐 아니라 청사·행사의 1회용품 제한, 다회용기 문화 확산, 실태조사 등을 함께 평가했다. 특히 전체 100점 가운데 70점을 실제 이행능력에 배정했다.
마포구는 86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이번 문제를 단순히 “마포구는 조례가 없어서 문제”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확인된 회의록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미 지침에 따라 상당한 수준으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라면, 조례를 만드는 순간 무엇이 달라지는가.
조례가 필요하다면 그 조례에는 적어도 ▲적용 대상 ▲금지 또는 제한 대상 ▲예외 기준 ▲관리·감독 방법 ▲추진계획 ▲실태조사 ▲성과 측정 ▲예산 ▲민간 참여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그렇지 않고 ‘노력하여야 한다’는 선언과 추진계획 수립 정도만 담긴다면, 조례가 행정의 실행력을 높이는 장치인지 아니면 정책을 했다는 사실을 남기는 제도적 장치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서울환경연합이 강조한 것도 결국 조례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1회용품 없는 청사’를 실제로 운영하는 관리체계다.
마포구가 이미 높은 평가를 받은 만큼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조례가 아니라, 현재 잘하고 있는 정책을 어떻게 지속하고 측정하며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일 수 있다.
이번에 보류된 조례안이 다시 추진된다면, 다음 조례에는 ‘조례를 만들었다’는 결과보다 ‘1회용품이 얼마나 줄었는가’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먼저 담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