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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그루,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나무가 자라는 도시다

2026-08-14 07:56 | 입력 : 마포저널

마포구 마을정원사 13일 오리엔테이션…이수연 전 서울시 정원도시국장 특별강연

마포구가 다시 ‘500만 그루 나무심기’에 나섰다. 이번에는 주민들이 직접 동네의 정원을 가꾸는 ‘마을정원사’가 그 중심에 선다.
마포구는 지난 13일 마포구청 중강당에서 ‘2026 마을정원사 양성 및 운영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유동균 마포구청장과 기존 마을정원사, 새롭게 교육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함께했다. 이어 이수연 전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이 특별강연자로 나서 정원의 가치와 정원도시 조성 사례 등을 소개했다. 

이번 마을정원사 교육은 8월 18일부터 10월 6일까지 8주간 진행된다. 교육을 마친 주민들은 거주지 동의 공원과 정원을 정기적으로 가꾸고, 나무심기 등 녹화사업에도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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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가 다시 꺼내든 ‘500만 그루’는 새로운 사업이 아니다. 마포구는 2019년 공기청정숲 추진계획을 세우고 2027년까지 500만 그루를 심는 사업을 시작했다. 공동체 나무심기, 가로녹지 확충, 생활권 녹지 확충, 민간 주도 나무심기 등 4개 분야로 추진됐다. 2021년 7월 말까지 216만여 그루를 심어 목표의 43%를 달성하기도 했다. 

서울에 나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렇다면 마포가 다시 500만 그루를 이야기하는 지금,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서울에는 나무가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그 나무들은 제대로 자라고 있을까.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서울의 가로수는 30만7천여 주였다. 최근 집계에서는 2024년 말 기준 약 28만9천 그루로 파악된다.
나무를 많이 심는 것과 나무가 잘 자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날 특별강연에 나선 이수연 전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도시의 나무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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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국장은 공직생활 동안 서울역 고가를 시민을 위한 공중정원으로 바꾼 서울로7017과 서울의 정원정책에 관여해왔다. 2018년 당시 서울로운영단장이었던 그는 서울로7017을 자동차 시대의 유물에서 보행 시대의 공간으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으로서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등 서울의 정원정책을 이끌었다. 2025년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관련 서울시 자료에서도 이수연 당시 정원도시국장이 정원도시 서울의 철학을 설명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는 도시의 자연 에어컨”

이날 강연에서 이 전 국장이 강조한 것은 나무를 단순한 조경시설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나무는 도시의 ‘자연 에어컨’이라는 것이다.

특히 도시를 만드는 순서에 주목했다. 우리나라는 건물을 먼저 짓고 남는 공간에 나무를 심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게 조성된 공간에서는 나무가 뿌리를 충분히 뻗기 어렵고 결국 나무가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반면 선진 도시들은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나무가 자랄 공간을 먼저 확보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이 전 국장의 설명이다.

세종시의 나무 생육 문제도 사례로 제시됐다. 도시가 조성된 뒤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처음부터 나무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과 공간을 도시계획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가 던진 메시지는 간결했다.

“나무가 자라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나무를 심는 행위보다 중요한 것은 나무가 10년, 20년 뒤에도 살아남아 그늘을 만들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일이라는 의미다.

‘한뼘정원’이 보여주는 정원도시

서울시가 추진해온 정원도시 정책은 거대한 공원을 새로 만드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가로수 아래의 작은 공간, 인도와 차도 사이의 자투리 공간, 교통섬 등 도시 곳곳의 빈틈을 정원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2024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도로변에 2,180개의 정원을 조성했다. 이 가운데 가로수 아래 작은 공간을 활용한 ‘한뼘정원’이 1,960곳이다.

한뼘정원은 이름 그대로 거대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가로수 보호판 주변의 작은 공간도 꽃과 식물이 자라는 정원이 될 수 있다.

결국 정원도시는 공원 몇 개를 잘 만드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작은 빈틈을 어떻게 녹색공간으로 바꾸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수연 전 국장이 소개한 ‘바이오필리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생명에 끌리고 자연과 연결되기를 원한다는 개념이다.

도시가 편리해질수록 오히려 일상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원은 도시의 경제적 가치도 바꾼다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환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전 국장은 강연에서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등을 사례로 들며 공원과 정원이 도시의 공간적·경제적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정원을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도시의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역시 정원을 도시의 일상과 연결하는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5년 박람회는 보라매공원에서 열렸고, 2026년에는 서울숲과 성수 일대로 무대를 확장해 ‘천만의 정원’을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는 보라매공원 정원박람회 이후 주변 상권 매출이 증가한 사례도 소개됐다. 다만 해당 ‘38%’라는 수치는 강연에서 제시된 사례로 확인되는 만큼, 별도의 조사 원자료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객관적인 정책 효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마포의 500만 그루, 이제는 ‘생존율’을 물어야 한다

마포구의 500만 그루 나무심기는 이미 상당한 식재 실적을 남겼다. 2021년 7월 말 기준으로만 216만여 그루가 식재됐다. 

하지만 앞으로의 500만 그루는 과거와 다른 질문을 받아야 한다.
“몇 그루를 심었는가”가 아니라 “몇 그루가 살아남아 제대로 자랐는가”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마을정원사 양성은 의미가 있다.

마을정원사는 일회성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네의 공원과 정원을 지속적으로 가꾸는 주민이다. 마포구가 이번 교육을 통해 주민 주도의 생활권 녹지를 확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00만 그루라는 숫자가 거대한 목표라면, 한뼘정원은 그 목표를 실현하는 가장 작은 단위일 수 있다.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그 아래 꽃이 피고, 주민이 물을 주고, 다시 그 공간을 이웃이 이용하는 것.

그 작은 변화들이 이어질 때 500만 그루는 단순한 식재 목표가 아니라 마포의 도시 풍경을 바꾸는 녹색 인프라가 된다.

13일 마을정원사 오리엔테이션은 그래서 나무를 심는 사람을 만드는 자리라기보다, 나무가 자라는 도시를 함께 만들어갈 주민을 만드는 자리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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