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핫 마이크(hot mic)
    • 국제 스포츠 중계나 정치 현장에서 종종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핫 마이크(hot mic)’다. 발언자는 마이크가 꺼졌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켜진 상태에서 사적인 말이 그대로 송출되는 상황을 뜻한다.

      최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주관 방송하는 미국 NBC의 생중계에서 이른바 ‘핫 마이크 사고’가 발생했다. 야후스포츠에 따르면, NBC 스노보드 해설위원 토드 리처드는 남자 스노보드 빅에어 결승전 직후 중계 화면이 다음 종목 예고로 넘어가는 순간 “지루하다(Boring). 정말 지루했다. 예선이 훨씬 더 재미있었다”고 혼잣말을 했고, 이 음성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리처드 위원은 마이크가 꺼졌다고 인식한 상태에서 한 발언이었지만, 방송 신호는 여전히 ‘핫’ 상태였다. 전형적인 핫 마이크 사례다.

      핫 마이크는 방송·음향 현장에서 나온 용어다. 마이크가 ‘핫’하다는 것은 신호가 살아 있어 소리가 그대로 중계되거나 녹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마이크가 꺼진 상태는 ‘콜드 마이크(cold mic)’라고 부른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두 상태에 대한 인식이 어긋날 때 발생한다.

      이번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경기 자체의 상황도 작용했다. 결승전에서는 우승 후보 쑤이밍이 고난도 기술을 시도하다 넘어지는 등 다수 선수가 실수를 반복했고, 채점 논란까지 겹치며 경기 흐름이 매끄럽지 못했다. 결국 일본의 기무라 기라와 기마타 료마가 금·은메달을 차지했지만, 경기 내용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리처드 위원은 SNS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그는 “선수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결승전이 예선전에 비해 “기술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부족해 아쉬웠다”는 자신의 평가 자체는 철회하지 않았다. 다만 “발언이 선수들을 향한 비난으로 들렸다면 사과한다”며 “선수들은 나의 영웅이자 동료”라고 덧붙였다.

      핫 마이크 논란은 단순한 방송 사고를 넘어선다. 특히 생중계 환경에서는 해설위원이나 진행자의 개인적 평가, 감정 섞인 반응이 즉각 공적 발언으로 전환된다. 그 말이 사실에 기반한 분석인지, 감정적 반응인지와 무관하게 시청자에게는 ‘공식 해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핫 마이크는 기술적 실수이자, 공적 발언의 책임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마이크가 꺼졌다고 믿는 순간, 오히려 가장 솔직한 말이 기록으로 남는다. 그래서 핫 마이크는 스포츠 중계든 정치 현장이든, 말의 무게와 미디어 환경의 긴장을 상징하는 용어로 반복해서 호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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