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증샷만 남고, 장사는 남지 않았다
    • ‘가장 화려한 순간만 소비하는 시대’, 자영업은 왜 더 가난해지는가
    • 한때 대형 창고형 매장에서 번들로 된 상품을 사다 나르는 것이 부의 상징처럼 보이던 때가 있었다. 카트에 가득 담긴 대용량 생필품과 식료품은 ‘안정된 소비자’, ‘여유 있는 삶’을 시각적으로 증명해주는 장면이었다. 소비는 축적이었고, 반복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소비 풍경은 정반대다. 쟁여두는 소비는 사라지고, 가장 화려한 순간만 소비한 뒤 곧장 다음 유행으로 이동한다. 남는 것은 사진 한 장, 영상 몇 초, 그리고 다음 ‘핫플’을 향한 발걸음뿐이다. 이른바 ‘인증샷 소비’의 시대다.

      탕후루에서 요아정, 두바이 초콜릿과 두쫀쿠까지.
      요즘 디저트 유행은 한 계절을 버티지 못한다. 초광속으로 번지고, 초단기에 식는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가볍게 즐기고 떠나지만, 자영업자는 무거운 비용을 떠안는다.

      AI 이미지 생성
      AI 이미지 생성

      “두 개 팔아도 적자”… 화제 메뉴의 이면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디저트나 음료를 둘러싼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은 비슷하다. 원가가 높은 재료, 유행을 따라가기 위한 인테리어 투자, 플랫폼 수수료,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두 개를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특히 ‘찍기 좋은 메뉴’일수록 상황은 더 악화된다. 색감과 모양을 맞추기 위해 재료 단가가 올라가고, 유행이 빠르게 바뀌어 재고 리스크도 커진다. 매장은 잠시 붐비지만, 정작 손익계산서를 보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인증샷은 늘어나지만, 장사는 남지 않는다.

      소비자는 왜 이렇게 소비할까

      이 현상을 자영업자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2030 소비자에게 인증샷 소비는 단순한 허영이 아니라 사회적 언어에 가깝다. 비싼 물건을 소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경험과 순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낸다.

      집을 사거나 장기적 소비를 설계하기 어려운 세대에게 ‘지금 이 순간의 만족’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긴 호흡의 소비보다, 짧고 강렬한 경험에 비용을 쓰는 것은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방어이기도 하다.

      즉, 인증샷 소비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결과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구조다

      그러나 이 소비 구조는 자영업을 점점 더 취약하게 만든다. 유행의 수명은 짧아지고, 자영업자는 끊임없이 다음 트렌드를 쫓아야 한다. 실패의 비용은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된다. 플랫폼은 수수료를 가져가고, 소비는 이동하지만, 지역 상권에는 축적이 남지 않는다.

      결국 빠르게 소비하고 빠르게 버리는 구조 속에서, 가장 느리게 회복되는 존재가 자영업자가 된다.

      ‘잘 찍히는 가게’보다 ‘남는 가게’가 필요하다

      인증샷 소비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 소비를 떠받치는 시장 구조와 정책의 부재다. 유행형 창업을 부추기는 환경, 플랫폼 중심의 수익 배분, 자영업을 개인의 역량 문제로만 치부하는 시선이 겹쳐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메뉴’가 아니라, 유행이 지나도 버틸 수 있는 구조다. 소비의 속도를 늦추라는 요구가 아니라, 그 속도를 견딜 수 있는 안전장치다.

      사진은 남았지만, 장사가 남지 않는 사회.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다음 유행도 또 다른 폐업의 이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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