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방치돼 온 도심 지하보도가 첨단 미래농업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 둥지 지하보도가 전국 최초 ‘지하보도 스마트팜’으로 재탄생하며 도시 유휴공간 활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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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둔산동 둥지지하보도의 스마트 팜 조성모습 ⓒ 사진 제공 - 이석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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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안전 문제로 폐쇄… 도심 속 장기 유휴공간으로
둥지 지하보도는 1993년 한밭대로 횡단 보행 편의를 위해 준공됐다. 그러나 깊은 구조로 인한 접근성 저하와 이용자 감소, 범죄 취약 우려 등이 겹치며 기능을 상실했다. 대전시는 2010년 보행 안전과 교통약자 편의를 고려해 해당 지하보도를 폐쇄하고 지상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이후 공간은 별다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15년 가까이 방치됐다.
2024년 7월, ‘지하보도 스마트팜’ 전환 공식화
전환의 계기는 민선 8기 들어 추진된 도심 공실 활용 정책이었다. 대전광역시는 2024년 7월 31일 둥지 폐지하보도에 실증형 스마트팜(수직농장)을 조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단순 생산 시설을 넘어 판매·체험·홍보 기능을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시는 8월 말까지 전문 운영사를 공개 모집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2026년 2월, ‘대전팜’으로 정식 개장
2년여 준비 과정을 거쳐 2026년 2월 20일, 총면적 966㎡ 규모의 첨단 스마트팜 ‘대전팜’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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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팜 입구와 깊은 계단을 보면 이곳이 지하보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진 제공 - 이석원님 |
이 시설은 인공광 기반 재배 시스템과 자동 온·습도 환경 제어 기술을 적용해 계절과 기후 영향을 최소화했다. 내부에는 딸기 4,506주와 유럽피안 채소 등을 연중 생산할 수 있는 수직 재배 설비가 구축됐다. 딸기는 월 평균 380kg가량 생산이 가능하다.
ⓒ 사진 제공 - 이석원님
생산 기능뿐 아니라 시민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해 도시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단순한 실험 시설을 넘어 ‘보는 농장’이 아닌 ‘참여하는 농장’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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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장료 대신 커피를 4000원에 팔고 있고, 체험비는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 사진 제공 - 이석원님 |
도시재생과 스마트농업의 접점
대전시는 동구 삼성동(테마형), 대흥동(기술연구형)에 이어 이번 지하보도 실증형 모델까지 확장하며 ‘대전형 스마트농업’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기후변화 심화와 농촌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도심형 스마트농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기존 인프라를 재활용했다는 점에서 도시재생 효과와 환경적 가치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한때 범죄 취약 우려로 폐쇄됐던 공간이 첨단 농업 기술을 입고 시민 체험 공간으로 거듭난 셈이다.
지하 공간의 새로운 활용 방식을 제시한 이번 사례가 일회성 실험에 그칠지,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로 자리매김할지는 향후 운영 성과와 시민 참여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