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오늘날 지방 정치의 현실은 그 숭고한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정치인,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자, 객관성을 잃은 정책 결정이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올해 지방 선거를 과거의 생각과 태도를 가진 후보자를 상대로 치뤄진다면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장애가 됨과 동시에 빛의 혁명으로 이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장판이 아닌 퇴행의 무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919년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의 본질을 꿰뚫었다.
그는 정치가를 “악마적 수단으로 천사적 대의를 실현하는 사람”이라 규정하며, 정치에는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가 동시에 요구된다고 했다. 신념 윤리는 도덕적 선을 선택하는 태도이고, 책임 윤리는 정치적 결정의 결과에 대해 무제한적 책임을 지는 태도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방 정치에서 이 두 윤리를 실천하는 정치인을 찾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또한, 베버는 정치가에게 세 가지 자질을 요구했다.
열정·책임감·균형감각이다. 권력욕에 들뜬 흥분이 아닌 대의에 대한 헌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객관성, 그리고 내적 집중력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판단력. 그러나 현실의 정치판은 정반대다. 열정은 권력욕으로, 책임감은 무책임으로, 균형감각이 사라진 경우를 너무 많이 목도 해왔다.
베버가 경고한 정치가의 치명적 죄악은 객관성 결여와 무책임성이다.
객관적 조건을 무시한 채 주관적 판단에만 의존하거나,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정책 추진은 국민 다수에게 불행을 안겨준다. 오늘날 지방정치의 현실은 이 경고를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주민의 삶을 외면한 채 정치적, 경제적 계산만 앞세우고 결과에 대한 성찰 없는 정책 추진은 지방자치를 불신의 온상과 지방 권력의 정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분명 시대적 과제다.
자치입법권 강화,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 재정구조 개선, 주민참여 활성화는 국민으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길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결국 지방 정치인의 태도와 자질에 달려 있다. 아무리 제도가 완비되어도 정치인이 베버가 말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외면한다면, 지방자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단순한 권력 재편의 장도 아니고 개인의 정치적 목적과 야망을 실현하는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장의 방향성을 가르는 시험대다. 지방자치 정치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베버의 메시지는 냉철한 경고다. 객관성을 잃은 정치, 책임을 회피하는 정치, 그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실이고 이재명 정부의 미래를 어둠 속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지방자치를 권력의 놀이터로 삼으려는 자는 국민 앞에 설 자격이 없다.
정치란 권력의 향연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무거운 천직이다. 지방자치 정치를 꿈꾸는 이들은 베버의 경고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