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보장해 노동자의 실질적인 생활 안정을 돕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생활임금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와 고시를 통해 적용 대상과 범위를 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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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같은 지역에서 일하고,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라도 고용 형태와 사업의 재원에 따라 생활임금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2026년의 경우 마포구 생활임금은 시간당 1만2121원으로 2025년 1만1779원보다 342원, 2.9% 인상됐다.
2026년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이고 마포구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1801원 높아 약 17.5% 높은 수준이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법률로 정한 임금의 최저선이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며, 이를 밑도는 임금을 지급하면 최저임금법 위반이 된다.
생활임금은 다르다. 마포구 조례는 구 및 구 출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뿐 아니라 구로부터 사무를 위탁받거나 구에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업체의 근로자 등을 적용 대상으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 범위는 매년 심의를 거쳐 결정하고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국비나 시비 지원사업에 일시적으로 채용된 근로자 등은 제외할 수 있다.
따라서 마포구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2026년의 경우 모든 노동자가 시간당 1만2121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벌어진 ‘데이케어센터’ 생활임금 논란
2024년 11월 마포구의회 복지도시위원회에서 장정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마포복지재단이 수탁한 초록숲데이케어센터와 창전데이케어센터의 임금 적용 차이를 질의했다.
마포복지재단 측은 두 센터의 수탁 시점과 기존 예산 편성 기준이 달라 임금체계에도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초록숲은 사회서비스원에서 책정한 기준을, 창전은 기존 수탁기관인 이랜드재단의 기준을 적용했다는 설명이었다.
장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핵심은 생활임금 적용 여부였다. 장 의원은 자신이 생활임금심의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초록숲데이케어센터는 생활임금을 적용하고, 창전은 생활임금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똑같은 데이케어인데 왜 다르게 적용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당시 논의에서는 창전에도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답변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 확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났다.
2024년 12월 열린 마포구의회 복지도시위원회에서 마포구는 데이케어센터의 운영 구조 때문에 생활임금 적용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에 따르면 구립 데이케어센터의 운영비는 구비로 전액 부담하는 구조가 아니라 장기요양보험의 보험급여를 통해 운영된다. 그런데 장기요양보험에서 지급되는 운영비가 최저임금 기준에 맞춰져 있어 센터 자체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생활임금 수준까지 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마포구는 다른 구립 데이케어센터까지 전수조사한 결과 이 같은 문제가 확인됐으며, 2025년 본예산에는 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신 처우개선 방안을 별도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서 생활임금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처음에는 “같은 데이케어센터인데 왜 생활임금 적용이 다르냐”는 형평성 문제였다. 그러나 적용 대상을 넓히려 하자 이번에는 “그 추가 임금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라는 재정 문제가 등장했다.
생활임금은 단순히 시급을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고용관계와 사업 재원, 위탁계약, 임금체계가 함께 얽힌 문제인 셈이다.
생활임금 적용 차이, 법적으로 위법한가
그렇다고 생활임금 적용 여부가 다른 것 자체를 곧바로 ‘불법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은 2023년 부산시 생활임금 조례 사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기관 노동자와 공공계약을 맺은 기관·업체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근로자에게 유리한 근로조건을 조례로 정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즉, 지방정부가 일정한 범위의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인정된다.
다만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것과 정책적으로 공정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마포구 데이케어센터 사례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같은 지역의 비슷한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왜 적용 기준이 달랐는지, 그리고 적용을 확대하려 할 경우 그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2027년 마포구 생활임금, 이제 심의 시작
이런 가운데 마포구는 2027년도 생활임금 결정을 앞두고 있다.
마포구 생활임금 조례에 따르면 구청장은 다음 연도 1월 1일부터 적용할 생활임금을 생활임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고, 매년 12월 31일까지 생활임금 수준과 적용 대상을 고시해야 한다. 심의 과정에서는 물가상승률과 근로자의 평균 가계지출 수준, 매년 고시되는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마포구의회는 지난 9월 1일 제286회 본회의에서 ‘마포구 생활임금 심의위원회 위원 추천의 건’을 의결했다.
2027년 국가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고 서울시는 이미 2027년 생활임금을 시간당 1만2757원으로 확정했다. 마포구가 서울시와 같은 수준으로 맞출지, 자체 기준에 따라 별도의 금액을 결정할지는 심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얼마’보다 ‘누구에게’가 중요한 이유
생활임금의 취지는 분명하다. 최저임금만으로는 주거비와 물가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노동자에게 보다 현실적인 임금 수준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마포구의 데이케어센터 사례는 생활임금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는 훨씬 복잡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누가 적용 대상인지, 왜 누군가는 제외되는지, 같은 업무를 하는 노동자 사이의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생활임금 인상에 필요한 재원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숫자를 정하는 데 그칠 수 있다.
2027년 마포구 생활임금 심의는 그래서 단순한 임금 인상률 결정이 아니다. 이미 마포구에서 한 차례 드러났던 적용 기준의 형평성과 재원 문제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생활임금이 진정으로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제도라면, 내년도 시급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와 함께 그 임금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보장할 것인지까지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