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포구 주민참여예산 공모에는 84건이 접수됐고, 부서 검토와 심사를 거쳐 17개 사업이 투표 대상에 올랐다. 후보에는 장애인 평생교육과 문화·예술, 청소년 정신건강, 돌봄, 일자리, 환경, 생활안전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됐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주민참여예산은 주민 의견을 한 번 들어주는 제도인가. 아니면 주민들이 반복해서 요구하는 정책을 행정이 찾아내고 예산에 반영하는 제도인가.
주민참여예산의 취지는 ‘의견 청취’에 그치지 않는다
마포구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의 예산편성 과정 참여를 보장하고 예산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주민참여예산은 단순한 여론조사나 홍보성 투표와는 다르다. 주민이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고, 행정의 검토와 심사를 거쳐 예산 우선순위에 반영하는 제도다.
중요한 것은 주민이 무엇을 선택했느냐보다 무엇을 반복해서 요구하고 있느냐다.
한 번 제안된 사업은 개인의 아이디어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분야의 사업이 여러 해에 걸쳐 계속 등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는 행정이 아직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 지역 수요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요구, 행정이 들여다봐야
특히 장애인·돌봄·청소년·정신건강처럼 지속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주민참여예산으로 한 차례 시범사업을 해본 뒤 주민의 요구와 사업 효과가 확인됐다면, 다음 단계는 정규 행정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반대로 비슷한 사업이 매년 주민참여예산에 다시 등장한다면 행정은 물어야 한다.
왜 이 수요가 계속 주민참여예산으로 들어오는가. 기존 행정사업으로 충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마포 장애인 사업, 올해도 다시 등장
마포구의 장애인 분야는 이런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포구가 2025년 추진한 ‘주민과 함께하는 장애인친화 동행사업’에는 주민참여예산으로 9개 사업, 총 3억4,220만원이 편성됐다.
노인·장애인 댄스프로그램, 건강약자 운동처방, 시각장애인 전문안마사 안마봉사단,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바닥보수, 유니버설 도시 만들기, 최중증 성인 뇌병변 장애인 사회성 증진, 장애·비장애 통합 무용, 장애인 디지털 학습공간, 중증발달장애인 생산설비 구축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2027년 주민참여예산 후보에도 장애인 관련 사업이 다시 등장했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마포꿈터’, 발달장애인 창작 예술가 육성, 중증발달장애인의 무대 참여, 최중증 성인 뇌병변 장애인의 문화·사회참여 확대 사업 등이다.
이것만으로 장애인 행정에 공백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새로운 수요일 수도 있다.
다만 같은 정책 영역의 요구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행정이 주목해야 할 신호다.
“본예산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있다”
이 문제는 마포구의회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9월 4일 마포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차해영 행정경제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2024~2026년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검토하면서 일부 사업은 부서가 자체 예산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홍대 레드로드 청년 일자리 페스타, 와우근린공원 황톳길 조성, 가로수 하부 맥문동 식재, 옹벽 벽화사업 등을 사례로 들었다.
송상아 마포구 기획예산과장도 “부서에서 충분히 본예산을 편성해 가지고 할 수 있는 사업도 사실 제가 봤을 때도 몇 가지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주민에게 정말 필요한 사업 중심으로 심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반대로 주민참여예산으로 시작한 사업이 성과를 내고 정규 행정사업으로 자리 잡는 것은 제도의 긍정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
즉 주민참여예산은 행정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을 주민투표로 떠넘기는 제도도 아니고, 매년 새로운 행사를 만들어내는 제도도 아니다.
주민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행정이 이를 실험적으로 추진한 뒤, 필요성과 효과가 확인되면 정규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반복되는 주민 요구에 행정은 답해야
결국 이번 주민참여예산에서 중요한 것은 17개 사업 가운데 어떤 사업이 1위를 차지하느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지난 몇 년 동안 어떤 분야의 요구가 반복됐고, 그 요구가 왜 아직도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가다.
반복되는 주민 요구는 행정에 보내는 신호다.
그 신호를 매년 주민투표로 다시 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기존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 정규 예산과 행정서비스에 반영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의 진짜 성과는 주민이 투표했다는 데 있지 않다.
주민이 반복해서 요구한 것이 결국 행정을 바꾸었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