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 뉴스홈 > 마포 이슈 > 우리가 사는 도시공간 기사 제목:

“왜 꼭 그래야 하죠?”… 유쾌한 여성들의 반란, 축제를 바꾸다

2026-08-12 08:58 | 입력 : 마포저널

마포여성동행센터, 오지은·김미소 초청 ‘여성은 어떻게 축제를 만드는가’ 대담
여성 창작자 중심 ‘영희페스티벌’·헤드라이너 없는 ‘피스트레인’… 기존 축제 문법에 질문

축제를 만드는 두 여성 기획자가 마포에서 만나 여성이 문화의 주체로서 새로운 판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축제가 사회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했다.

마포여성동행센터는 지난 11일 ‘여성은 어떻게 축제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대담을 열었다. 이날 대담에는 여성 창작자가 중심이 되는 ‘영희페스티벌’의 오지은 총괄기획자와 강원도 철원에서 열리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김미소 총감독이 참석했다.
11
왼쪽부터 오지은 감독, 이미소 감독, 진행자. 늦은 시간에도 100여 명의 참석자들이 2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두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두 기획자가 만드는 축제의 성격은 다르다. 영희페스티벌은 여성 예술인의 참여와 창작 활동에 주목하고, 피스트레인은 음악을 통해 평화와 다양성, 지역과 사람의 연결을 추구한다.

그러나 두 축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축제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축제의 문법을 직접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여성 뮤지션은 왜 헤드라이너가 많지 않을까”

오지은 총괄기획자는 영희페스티벌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여성 뮤지션이 페스티벌의 중심에 서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꼽았다.

음악을 듣는 관객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높고 여성 음악인도 많지만, 정작 대형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에는 여성 뮤지션이 많지 않다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과거 페스티벌에 자주 초청받지 못했던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음악적 역량이나 매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여성 음악은 내밀하고 성찰적이어서 페스티벌과 맞지 않는다는 인식, 여성 뮤지션은 관객 동원력이 떨어진다는 오래된 편견 등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오지은 총괄기획자는 여성 창작자가 중심이 되는 축제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지난 6월 처음 열린 영희페스티벌에는 이상은, 김윤아, 선우정아 등 여성 뮤지션을 비롯해 작가, 영화감독, 코미디언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예술인들이 참여했다.

특히 출연진이 공개되기도 전에 판매한 블라인드 얼리버드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오 총괄기획자는 영희페스티벌의 궁극적인 목표를 ‘영희페스티벌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예술인이 특정한 성별을 이유로 별도의 무대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모든 축제에서 자연스럽게 중심에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헤드라이너 없는 축제’를 만든 김미소

김미소 총감독이 이끄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역시 기존 축제의 구조에 질문을 던진다.

2018년 강원도 철원에서 시작된 피스트레인은 평화를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축제다. 특히 일반적인 음악 페스티벌과 달리 ‘노 헤드라이너’를 주요 원칙으로 삼고 있다.

김 총감독은 유명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순위를 매기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인에게 관객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신인 뮤지션에게도 오프닝 시간대가 아닌 주요 시간대의 무대를 제공하고,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해외 아티스트와 분쟁지역의 음악가들을 초청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총감독은 음악 시장이 K팝 등 일부 장르에 집중되면서 다양한 음악이 관객에게 소개될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을 지적했다.

“좋은 음악이 차트 밖에도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다양한 장르와 세대, 국적의 음악인을 무대에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피스트레인은 지역과의 연결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철원을 찾는 외부 관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지역 주민에게도 익숙한 음악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한다.

축제가 지역에서 열리는 것만으로 지역축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외부에서 온 관객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축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

두 기획자는 축제의 본질을 단순한 공연이나 문화행사에 두지 않았다.

김미소 총감독은 축제를 ‘아름다운 이어달리기’에 비유했다.

축제를 준비하는 사무국에서 시작해 현장 운영인력과 자원활동가, 아티스트, 관객으로 참여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하나의 축제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이어달리기와 같다는 것이다.

특히 서로 다른 세대와 성별, 국적, 장르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면서 기존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는 점을 축제의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오지은 총괄기획자 역시 축제에서 중요한 것은 기획자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와 관객이 만났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축제의 의미가 기획자의 의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경험과 참여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축제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꾼다”

대담에서는 ‘축제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오지은 총괄기획자는 축제 자체가 사회를 직접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축제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 변화를 만들어낼 때 사회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미소 총감독 역시 축제가 특정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경험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축제의 사회적 영향력은 얼마나 큰 행사를 만들었느냐보다 어떤 경험을 사람들에게 남겼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축제의 규모보다 정신이 중요”

두 기획자는 앞으로의 축제가 규모 경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국내 페스티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비슷한 라인업과 프로그램을 가진 축제가 늘어나고 있지만, 축제의 숫자만 늘어난다고 문화 생태계가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미소 총감독은 페스티벌이 지속가능하려면 신인과 대형 아티스트 사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중간 규모의 음악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지은 총괄기획자는 축제의 브랜드가 단순히 유명한 아티스트의 이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축제 자체가 가진 가치와 정신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 지역의 창작자와 여성 음악인들이 중심이 되는 축제가 더욱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동행’의 의미를 보여준 여성 기획자들의 만남

이번 대담은 단순히 두 페스티벌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여성이 문화의 소비자가 아니라 기획자이자 생산자로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오지은 총괄기획자와 김미소 총감독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면서도 기존의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직접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왔다는 공통점을 보여줬다.

여성 창작자가 중심에 서는 축제와 헤드라이너가 없는 축제.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무대에 서고, 더 많은 사람이 축제에 참여하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는 마포여성동행센터가 지향하는 ‘동행’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동행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대담은 그런 의미에서 마포여성동행센터가 지향하는 여성의 주체성과 연대, 문화적 연결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두 기획자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였다.

기존의 방식이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다면, 새로운 방식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두 사람이 이미 축제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보자.”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Copyrights ⓒ 마포저널 & www.mapojournal.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마포저널
댓글 :0
댓글 등록
0/400
  • 작성자명 |2024.11.14 10:30
    이곳은 댓글 작성한 내용이 나오는 자리 입니다.
1 2 3 4 5
마포저널로고

마포저널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이용,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마포저널 MapoJournal. All rights reserved.
발행·편집인 서정은 | 상호 마포저널 | 등록번호 서울아56266 ㅣ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12길 28, 313호 
 기사제보/취재문의 010-4891-6114 (문자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