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는 확인됐다… 그러나 더 큰 의문은 남았다
마포구가 민선9기 구정 슬로건 공모와 관련한 질의에 답했다. 답변의 요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공고문은 실제로 존재했고, 2026년 6월 16일 게시됐다. 공모는 6월 19일까지 진행됐으며, 직원과 주민을 포함해 총 251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공모를 통한 당선작은 없었고, 최종 슬로건은 접수된 제안의 키워드와 후보 시절 사용 문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수위원회가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답변은 일부 의문을 해소하는 동시에,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남긴다. 핵심은 단순하지 않다. 문제는 슬로건 문구 그 자체보다, 주민 공모라는 형식이 실제로 어떤 기능을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되고 있는지에 있다.
251건 접수… 그러나 당선작은 없었다
먼저 확인된 사실부터 보자. 마포구는 이번 답변에서 공모 공고문의 존재와 게시 일시, 게시 주체를 인정했다. 또 총 251건 접수 사실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그동안 제기된 기본 사실관계가 허위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251건이 순수한 주민 응모만이 아니라 직원 접수까지 포함한 숫자라는 점도 새롭게 드러났다. 그동안 외부에서 받아들인 ‘주민 공모 251건’이라는 인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주민 공모의 성격과 범위를 평가하려면 이 차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더 중요한 부분은 그 다음이다. 마포구는 답변에서 공모를 통한 당선작이 없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공고문에 명시된 ‘당선작 1명’은 실제로 선정되지 않았다. 최종 슬로건은 응모작 가운데 특정 1건을 그대로 뽑은 결과가 아니라, 여러 응모작의 표현과 키워드, 그리고 후보 시절 사용 문구 등을 참고해 종합적으로 정해졌다는 설명이다.
공모는 참고였나… 슬로건은 어떻게 결정됐나
이 대목은 이번 사안의 성격을 사실상 규정한다. 주민 공모를 통해 하나의 당선작을 선발한 것이 아니라, 공모 결과를 일종의 참고 자료로 삼아 별도의 판단을 거쳐 최종 문구를 형성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행정이 주민 의견을 수렴할 때 반드시 응모작 하나를 그대로 채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제안을 검토해 종합적 표현을 만드는 방식도 가능하다. 문제는 그 방식이 가능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 절차가 어떻게 안내됐고, 결과가 어떻게 설명됐느냐에 있다.
이번 답변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마포구가 최종 슬로건 선정 과정에 후보 시절 사용 문구도 함께 검토했다고 밝힌 점이다. 이는 ‘다시 뛰는 마포’라는 핵심 표현이 공모 이전부터 이미 정치적·선거적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주민 공모는 정확히 무엇을 위한 절차였는가. 전체 슬로건을 공개 경쟁으로 정한 것인지, 이미 존재하던 방향에 주민 의견을 덧붙인 것인지, 아니면 후반부 표현을 보완하는 수준의 수렴이었는지, 그 성격은 보다 분명하게 설명될 필요가 있다.
기록 없는 결정… 절차는 있었지만 설명은 부족했다
더구나 마포구는 별도의 심사 기준표, 회의록, 내부 문서가 없다고 답했다. 인수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안건으로 슬로건을 확정했다는 설명은 있었지만, 어떤 기준으로 어떤 후보군을 검토했고, 최종적으로 왜 그 문구가 선택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 기록은 제시되지 않았다. 주민 공모를 거친 공식 슬로건 결정이라면, 최소한의 검토 기준과 판단 근거가 문서로 남아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크다. 절차가 실제로 있었는지와, 그 절차가 외부 검증에 견딜 만큼 기록되고 설명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참가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마포구는 주민 접수가 18명, 34건이었고, 이들 전원에게 참가상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7월 2일 공지에 기재된 18명은 일부가 아니라 전원이라는 것이다. 이 설명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더더욱 결과 공지 단계에서 왜 참가상 인원이 100명에서 18명으로 나타나는지, 왜 당선작은 없는지, 그 배경을 함께 설명하지 않았는지가 남는다. 행정은 내부적으로 사정을 알고 있을지 몰라도, 주민은 공개된 문서만 보고 판단한다. 공고문과 결과 공지 사이에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에 가깝다.
남은 것은 슬로건이 아니라 행정의 신뢰
원 공고문이 현재 목록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마포구는 답했다. 공모기간에 맞춰 공지 종료일을 6월 19일로 설정했고, 그 기한이 지나 현재는 미표시 상태라는 설명이다. 이 설명은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곧바로 다른 의도를 단정할 수는 없게 한다. 다만 결과 발표가 7월 중 이뤄질 예정이었다면, 정작 그 발표 시점에는 원 공고를 일반 주민이 목록에서 쉽게 대조하기 어렵게 되는 구조였다는 점은 여전히 남는다. 절차의 신뢰는 결과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원래 어떤 약속이 있었고, 그 약속이 어떻게 이행되었는지 주민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안을 두고 누군가는 “결국 슬로건 하나를 너무 문제 삼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에서 상징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구정 슬로건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향후 4년의 행정 방향과 브랜드를 대표하는 공식 표현이다. 그 출발이 주민 공모라는 형식을 빌렸다면, 그 형식이 실제로 어떤 기능을 했는지 설명할 책임도 함께 따른다. 주민이 묻는 것은 문구의 미감이 아니라 절차의 실질이다.
이번 마포구 답변이 보여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동안 제기된 핵심 의문 가운데 상당 부분이 근거 없는 추측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행정이 생각하는 ‘설명’과 주민이 기대하는 ‘설명’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공모는 있었다. 그러나 당선작은 없었다. 슬로건은 정해졌다. 그러나 그 정해지는 과정은 주민이 납득할 만큼 충분히 문서화되거나 설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행정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신뢰는 결과만으로 쌓이지 않는다. 결과에 이르는 과정, 변경의 이유, 판단의 근거가 공개되고 설명될 때 비로소 주민은 행정을 신뢰할 수 있다. 이번 슬로건 논란이 남긴 진짜 질문도 바로 거기에 있다. 마포구가 앞으로 답해야 할 것은 “왜 이런 슬로건을 정했는가”만이 아니다. 어떻게 정했는가, 그리고 왜 그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성실히 답할 때, 비로소 ‘함께하는 미래’라는 말도 주민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