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포에서 가로수 문제는 이슈 중의 하나였다. 마포대로와 삼개로의 소나무 가로수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조경 문제가 아니라 행정의 방향과 주민 참여의 문제로까지 번졌다. 결국 505명의 주민이 서울시 시민옴부즈만위원회에 주민감사청구를 했고 감사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를 거쳐 새로운 구청장이 선출됐다.
행정은 큰 정책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주민들이 매일 걷고, 건너고, 이용하는 생활 현장에서 더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최근 필자는 대흥역 인근 건널목 공사와 관련해 보행권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쓴 바 있다. 공사가 끝난 뒤 현장을 다시 찾았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아쉬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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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안쪽으로 가로수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가로수와 가로등 사이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통행량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좁은 인도와 맞물려 매우 혼잡하다. 건널목 양쪽 끝단이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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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록은 정비됐지만 가로수 뿌리가 지면 위로 드러나 있었다. 보행자들의 발에 채이면서 일부는 뜯겨 나간 흔적도 보였다. 학생들의 통행이 많은 지역임에도 보행 안전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고민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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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밥천국 앞 가로수는 뿌리가 다 드러나서 보행자의 발길에 뿌리가 뜯겨져 나가고 있다. |
바닥 신호등을 설치하는 스마트 건널목은 검토되지 않았고, 교차로 구조를 고려한 대각선 횡단보도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보행 동선과 인도 펜스의 위치도 그대로였다.
물론 어떤 민원으로 공사가 추진됐는지, 어떤 예산과 설계 기준이 적용됐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공사를 한다면 단순히 턱을 낮추고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신호체계는 적절한지, 학생 통행량은 얼마나 되는지, 가로수 위치가 보행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펜스는 필요한 만큼만 설치되어 있는지, 대각선 횡단보도가 가능한 구조인지, 스마트 건널목 도입은 검토할 수 없는지까지 함께 살펴봤다면 어땠을까.
행정의 수준은 결국 이런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큰 정책보다 중요한 생활 속 디테일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서강동 주민센터 앞 건널목에는 제거된 가로수의 밑동이 아직 남아 있다. 주민들은 매일 그 옆을 지나지만 정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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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늘막 설치작업을 하면서 가로수 밑동 제거 작업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
주민들은 거창한 구호보다 생활 속 작은 불편이 해결되는 것을 통해 행정을 체감한다.
횡단보도의 폭을 조금 더 넓히는 것, 보행 동선을 막는 시설물을 조정하는 것, 건널목에 걸친 가로수를 재배치하는 것, 이용자가 많은 곳에 스마트 보행 시스템을 검토하는 것.
이런 세심함이 쌓여 도시의 품격을 만든다.
가로수 제거 논란 이후 행정이 신중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제거된 가로수의 흔적을 정리하고 주민 통행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논란과 별개의 문제다.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면 마땅히 개선해야 할 행정의 영역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문제를 지적했을 때 "담당 부서가 다르다"는 답변이 나오는 경우다.
횡단보도는 교통행정의 영역이고, 가로수는 녹지행정의 영역이며, 펜스는 도로관리의 영역일 수 있다. 행정조직은 그렇게 나뉘어 있다.
그러나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하나의 길이고 하나의 횡단보도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위해 건너는 길에서는 신호체계와 보도폭, 가로수 위치, 펜스, 조명, 안전시설이 모두 동시에 작동한다. 주민들은 부서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경험한다.
만약 "그것은 우리 부서 소관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여러 부서의 업무를 조정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라고 자치단체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좋은 행정은 자기 부서 업무만 처리하는 행정이 아니다. 주민들이 실제로 겪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부서 간 경계를 넘어서 협력하는 행정이다.
다시 시작하는 민선 행정
지금은 신임 구청장의 인수위원회 활동 기간이다. 그리고 7월 1일부터 새로운 임기가 시작된다.
당선된 구청장은 이미 한 차례 구정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자신이 추진한 정책이 어떤 평가를 받았고, 어떤 지점에서 비판받았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다시 지지한 이유는 과거의 추억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성과가 아니다. 주민들이 매일 걷는 길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고, 아이들이 건너는 횡단보도를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고, 작은 불편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세심한 행정이다.
마포는 거창한 구호보다 디테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의 품격은 대형 사업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작은 공간 하나를 얼마나 세심하게 관리하느냐에서 결정된다.
결국 행정의 완성도는 디테일에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