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평구 편백림 “힐링 숲” 조성, 러브버그 대발생과 무관할까?
    • 도시 숲 조성 정책이 불러온 ‘곤충 대란’ 논란
    • 서울 은평구가 ‘도심 속 힐링 공간’을 만들겠다며 대대적으로 조성한 편백나무숲이 최근 곤충 대량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은평구를 포함한 서울 일부 지역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이른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와의 연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편백숲이 힐링이라고요?”

      현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봉산 편백림 조성 사업은 2014년부터 시작되어 총 1만3천여 그루의 편백을 심고 산책로까지 만든 대형 녹지 사업이다. 구청은 이를 ‘무장애 힐링 산책로’로 홍보하며 시민의 쉼터로 강조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 숲에서 러브버그를 포함한 다양한 벌레가 급증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편백림 주변의 주민들은 “숲 근처에 가기만 해도 벌레가 달라붙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편백림과 러브버그,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편백처럼 외래 침엽수 위주로 조성된 ‘단일림’ 구조가 생물 다양성을 떨어뜨려 해충이나 외래종 곤충의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곤충학자인 이강운 소장은 “편백은 햇빛 투과율이 높고 땅의 온도를 높여 고온을 좋아하는 곤충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러브버그처럼 더운 환경에서 번식력이 강한 종에게는 더없이 좋은 서식지라는 의미다.

      실제로 은평구는 지난해부터 러브버그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으며, 올해 여름 들어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 “원래 숲을 왜 밀었나”

      문제는 이 편백림이 원래 토종 활엽수로 이뤄진 건강한 자연림이었던 곳이라는 점이다.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굳이 인공적인 외래수종을 심지 않았더라면 곤충 문제도 지금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체 편백림 중 80% 가까이가 고사했으며, 이미 숲의 생태적 기능은 크게 저하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구청의 해명 “벌레는 기후 탓, 편백과는 무관”

      은평구청은 논란에 대해 “러브버그는 이상기후로 인해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편백숲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 요인도 있지만, 숲 조성 방식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도시숲, ‘보기 좋게’보다 ‘살기 좋게’

      은평구의 편백림 사례는 도시 환경정책에서 ‘녹지의 생태적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나무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생물과 함께 살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제 은평구는 러브버그 방제 대책뿐 아니라, 숲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생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힐링을 위한 숲’이 시민에게 불편과 위협이 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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