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기능성 유리 파우더 ‘미네랄 워시’를 앞세워 세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기존 계면활성제 기반 세제의 환경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물과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는 저탄소·저오염 세탁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소재 기술이 아니라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실현을 위한 전략적 전환이자,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 흐름에 대응하는 LG전자의 미래 사업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세제에서 계면활성제를 지우다"
기존 합성 세제의 핵심은 계면활성제였다. 기름과 수분을 섞어 때를 분리해주는 효과적인 원리지만, 문제는 계면활성제의 환경 유해성이다. 잔류 세제는 하수 처리 과정에서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아 하천 오염과 수생태계 교란의 주범이 된다.
LG전자가 이번에 시범 적용하는 ‘미네랄 워시’는 물에 녹는 유리 파우더로, 물과 반응해 미네랄 이온을 방출하며 세정력을 발휘한다. 거품이 없어 헹굼이 줄고, 사용수와 전력 소모가 감소한다는 점은 세탁 생태계 전반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핵심 조건이 된다.
워터 포지티브 실현의 첫걸음
‘워터 포지티브’는 기업이 사용하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에 되돌려 지속 가능한 물 관리를 실현하는 개념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세탁 시 물·전력 사용량 절감, 오염물 배출 최소화, 사용 후 방류수의 위해성 평가 등 다각도로 접근 중이다.
환경부 산하 국가물산업클러스터와의 협업을 통해 공신력 있는 수치 기반의 LCA(Life Cycle Assessment) 자료가 확보될 경우, 향후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세정 기술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유리 파우더, 미래 산업의 ‘친환경 인프라 소재’로 부상
미네랄 워시는 LG전자가 다년간 축적해온 유리 파우더 기술의 확장판이다.
이미 LG는 오븐 내부 코팅 소재로 이지클린 기술을 상용화했고, 푸로텍으로 양식장 위생 문제를 해결했으며, 마린 글라스로 해양 생태계 복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생활 속 핵심 소비재인 세제 시장까지 진입하려는 것이다. 420건 이상의 특허와 연간 4,500톤 생산 능력을 갖춘 창원 스마트파크는 단순 R&D를 넘어 B2B 사업화 준비가 완료된 신소재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세제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세정 기술’이다
LG전자의 ‘미네랄 워시’ 프로젝트는 단순한 친환경 세제 실험이 아니다. 생활과 환경의 접점에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려는 시도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실효성’과 ‘소비자 경험의 수용성’이다.
과연 소비자는 계면활성제 없는 세탁을 믿고 사용할 것인가?
시장은 기존 세제 유통 질서에서 벗어난 대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LG전자가 이 벽을 넘을 수 있다면, ‘청소’와 ‘세척’이라는 일상 속 모든 행위가 탈계면활성화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수많은 환경 비용을 줄이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