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버린 스타벅스가 다시 플라스틱을 집어 들었다. 2018년, 국내 최초로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하며 '친환경 커피문화'의 선구자로 불렸던 스타벅스가, 25일부터 일부 매장에 식물성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비치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200개 매장이지만, 이 변화는 단순한 시범 도입을 넘어, ‘무조건적 탈플라스틱’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중요한 신호로 읽힌다.
“친환경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번 조치는 국회의 지적, 소비자 민원, 환경적 실효성 모두를 반영한 결과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병원 인근 매장이 시범 대상이라는 점이다. 종이 빨대는 알게 모르게 건강 취약 계층에게 물리적 장벽이 되었다. 쉽게 구부러지지 않고, 침투성이 높아 음료 맛이 변질되는 등 기능적으로 치명적인 불편을 야기했다. 장애인과 노약자, 환자들이 사용하는 데 있어 종이 빨대는 ‘친환경’이 아니라 ‘비인간적’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건강취약계층에 대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 예외를 두어야 한다”고 권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도 유사한 정책적 유연성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말의 함정
스타벅스가 도입한 새 플라스틱 빨대는 석유계가 아닌 식물성 소재로 제작된 것으로, 엄밀히 따지면 기존의 ‘플라스틱 퇴출’ 프레임과는 다른 성격이다. 그러나 여론은 이를 ‘플라스틱 회귀’로 받아들인다. 왜일까.
문제는 환경 정책이 '이미지 친환경'에 머무를 때다. 스타벅스가 도입한 종이 빨대는 원칙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실제론 분리배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대부분 일반쓰레기로 소각됐다. 오히려 생애주기분석(LCA) 결과,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결국 이번 변화는, “버리기 쉬운 게 진짜 친환경”이라는 역설을 드러낸 셈이다.
환경부, ‘재활용 체계’ 정비 시급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스타벅스의 결정을 “사회적 약자를 고려한 고무적 변화”라 평가한 이유는 명확하다. 환경은 ‘전체 생태계’만이 아닌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탈플라스틱이라는 구호는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의 불편과 환경적 실익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결국 공염불에 그친다.
이제 공은 환경부로 넘어갔다. 플라스틱 빨대 금지 규제의 타당성을 따지기 위한 전과정평가가 진행 중이며, 이번 사례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단순한 ‘소재 교체’보다 중요한 것은 수거·재활용 인프라 정비와 유연한 정책 설계다.
스타벅스의 ‘플라스틱 빨대 유턴’은 후퇴가 아니라 전환이다. 이제 환경정책은 ‘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채, ‘바꾸기만 하는 정책’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
사용자가 편리하게, 환경은 지속가능하게
이 균형을 잡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맞이한 친환경의 진짜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