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일상 속에서 실천되는 자원순환, 이번엔 야구장이 무대다. 서울시가 잠실야구장에 이어 고척스카이돔까지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면서, 스포츠 관람문화를 친환경적으로 재구성하려는 본격적인 행정 실험에 나섰다.
서울시가 잠실야구장에 이어 고척돔까지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며 스포츠-환경-시민참여를 잇는 새로운 실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관중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이 가장 많은 스포츠 시설인 야구장을 '자원순환 거점'으로 전환하는 선도적 시도로 평가받는다.
잠실야구장 실험, ‘17톤 감량’으로 가능성 입증
2024년 시즌 동안 잠실야구장에서 시범 운영된 다회용기 사업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관중 수는 24% 증가했지만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율은 9%에 그쳤고, 총 60만 건의 다회용기 사용으로 약 17톤의 폐기물 감량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낳았다. 이는 다회용기 시스템이 단지 캠페인성 시도가 아닌 구체적 성과로 입증된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고척돔(키움 히어로즈 홈구장)에도 같은 모델을 도입했다.
민관 협업 체계, 다회용기 생태계 구축 본격화
이번 고척돔 다회용기 사업은 서울시, 연고 구단(두산·LG·키움), 다회용기 제작사(아람코 코리아), 세척·수거 주체(서울지역자활센터), 식음료 운영사(아모제푸드)가 함께하는 민관 협업 모델이다. 단순 도입을 넘어서 생산-사용-회수-세척의 전 주기를 서울시가 제도적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행정 및 홍보를, 아람코 코리아는 제작과 물류비를, 자활센터는 수거와 위생 세척을 맡으며, 각 구단은 팬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참여 유도를 담당한다. *“관중 참여형 자원순환 모델”*로서 이 구조는 향후 다른 대형 행사나 체육시설로의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서울색 다회용기’…디자인과 위생까지 챙긴 디테일
고척돔에는 컵과 그릇 등 총 4종의 다회용기가 배치되며, 내외야를 중심으로 반납함 24개소를 마련했다. 세척은 일반 위생기준보다 10배 엄격한 기준(20RLU 이하)을 적용해 시민 신뢰 확보에도 신경 썼다. 디자인 역시 '서울색'을 입혀 공공성을 강조했다.
이는 ‘친환경은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넘어서 편리성과 심미성, 위생성까지 고려한 실생활형 정책으로 진화한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쓰레기 많고, 소비 빠른 야구장…자원순환의 최적지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야구장은 하루 관중 1인당 7.95g의 폐기물을 배출, 2021년 한 해에만 전국 야구장에서 3,444톤의 폐기물이 나왔다. 이처럼 일회용품 소비가 집중되는 공간은 다회용기 전환 정책의 최적 테스트베드다.
서울시는 고척돔과 잠실야구장에서만 올 시즌 총 100만 건 이상의 다회용기 사용으로 약 28톤의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관람=환경 실천’이라는 문화적 전환
김태균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스포츠가 시민과 가장 가깝게 만나는 공간이자, 일상에서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는 핵심 무대”라며 “서울이 친환경 스포츠 문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정책 실험이 아니라, ‘환경 실천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의 변환이다. 관람객은 티켓과 응원을 넘어 자원순환 주체로 참여하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일회용품 저감의 문화적 기반을 형성한다.
야구장이 바뀌면, 일상이 바뀐다
서울시의 다회용기 정책은 그 자체로 환경정책의 새로운 접근이자,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전환 실험이다. 단발성 시책이 아닌, 제도화된 인프라와 참여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면서 “시민 생활 속 자원순환”이라는 키워드를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스포츠는 가장 감성적인 공간이면서도 가장 소비가 빠른 공간이다. 서울시의 이번 시도는 ‘즐거움과 실천’을 연결한 행정의 혁신이며, 향후 올림픽공원, 체육관, 대형 공연장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모범 사례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