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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은 법정에서 끝났는데, 정치는 SNS에서 다시 시작됐다

2026-08-24 11:38 | 입력 : 마포저널

노웅래 무죄 판결을 둘러싼 SNS 공방, 소통인가 지지층 결집인가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마포갑) 국회의원의 항소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지난 21일, 법정에서는 재판이 끝났지만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재판이 시작됐다. 무대는 법정이 아니라 SNS였다.
노웅래 전 국회의원이 재판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마포갑 민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회
노웅래 전 국회의원이 재판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회 당원과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회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전 의원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간단하지 않다. 검찰이 확보한 휴대전화의 압수수색과 전자정보 탐색·선별 과정이 적법했는지가 쟁점이 됐고, 재판부는 일부 전자정보에 대해 위법한 증거수집 절차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항소심 판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부 전자정보에 대해서는 1심의 증거배제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증거능력을 인정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단순히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 때문에 무죄가 됐다’고 설명하는 것도, 반대로 ‘돈을 받은 사실은 있는데 증거만 빠진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판결의 전체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는 방식은 아니다.

법원은 법원의 방식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정치권은 판결이 나오자마자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건을 다시 해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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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웅래 페이스 북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노 전 의원의 공천 배제 과정과 검찰 수사를 거론하며 사과했고, 민주당 지도부와 인사들은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의 문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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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전 국회의원의 항소심 무죄 판결을 두고 SNS에서 공방을 벌인 이재명 대통령,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국회의원.

반대편에서는 한동훈 의원이 반격했다. 무죄 판결이 곧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사과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행동으로 규정했다.

이후 다른 정치인들까지 SNS에 뛰어들었다.

판결문을 둘러싼 논쟁이 어느새 검찰개혁, 과거 공천, 정치적 책임, 당시 수사의 정당성 문제로 번졌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치인들은 왜 이렇게 SNS를 좋아하는가.

단순히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효율적인 정치적 무기이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정치인이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할 수 있다. 기자의 질문을 받을 필요도 없고, 반론을 같은 화면에 담을 필요도 없다. 자신의 주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사진과 문장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정치인에게 SNS는 개인 미디어이자 정치적 확성기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SNS에서는 복잡한 사실보다 단순한 프레임이 훨씬 잘 팔린다.

‘정치검찰이 생사람을 잡았다.’ 또는 ‘돈을 받은 사실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두 문장만 있으면 된다. 복잡한 사법적 판단이 두 개의 정치적 구호로 압축된다.
그리고 양쪽 지지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문장을 공유한다.

이것이 SNS 정치의 힘이다.
동시에 위험성이다.

정치인은 국민 전체를 설득하는 대신 자기편을 결집시키는 쪽으로 움직이기 쉽다.
자신의 SNS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관심이 있거나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우호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은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보다 자신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훨씬 자주 접하게 된다.

SNS의 알고리즘까지 여기에 가세한다.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의 글을 보고, 그 글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다시 비슷한 정치적 콘텐츠를 추천받는다. 결국 정치인은 지지층에게 말하고, 지지층은 정치인의 말을 확산시키고, 상대 진영은 다시 반박한다. 
그리고 언론이 그 SNS 공방을 기사로 보도한다. 그러면 정치인은 그 기사를 다시 SNS에 올린다.

SNS → 언론 → SNS → 지지층

정치적 메시지가 증폭되는 순환구조다.

이 과정에서 정작 출발점이었던 판결문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번 사건에서도 시민이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정치인의 SNS가 아니다. 
그런데 SNS 정치는 순서를 뒤집는다.

판결문보다 정치인의 해석이 먼저 소비된다.
정치인은 판결을 해석하고, 지지자는 그 해석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언론은 정치인의 발언을 다시 보도한다.
그 결과 법원의 판단과 정치인의 해석 사이에 있던 경계가 흐려진다.
물론 정치인이 판결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인이라면 사법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도 있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정치적 해석을 법원의 판단인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다.
한동훈 의원의 주장은 한동훈 의원의 정치적 해석이다.
민주당 인사들의 검찰 비판 역시 정치적 주장이다.
그 어느 것도 판결문 자체는 아니다.

이 구분이 무너지면 사법 판단까지 진영논리에 따라 소비된다.
우리 편이 이기면 정의로운 판결이고, 우리 편이 지면 정치적 판결이라는 식이다.
그 순간 법원은 법률에 따라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적 진영의 승패를 가르는 경기장이 된다.

SNS 정치가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NS는 정치를 가까이 가져왔지만, 반드시 정치를 깊게 만든 것은 아니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직접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민주주의의 진전이다. 그러나 직접 말하는 것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SNS의 반응이 곧 국민 전체의 민심은 아니다.

이번 노웅래 전 의원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정치인의 말은 정치인의 말로 들어야 한다.
법원의 판결은 판결문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둘 사이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시민의 몫이다.
판결은 법정에서 끝났다.

하지만 정치는 SNS에서 다시 시작됐다.
정치인이 SNS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주장을 설명할 수 있는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이나 사실도 함께 설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자신의 지지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사실도 말할 수 있는가.

어쩌면 이것이 SNS 시대 정치인의 진짜 실력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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