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청래 의원의 해단식에 다녀왔다.
오후 6시라고 해서 시간을 맞춰 갔지만, 의원은 한참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이 많았던 탓이다. 7시가 가까워서야 모습을 보인 정청래 의원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역위 사무실을 가득 매운 마포을 당원들과 지지자들이었다.
선거가 끝난 뒤의 해단식이라고 하면 으레 아쉬움과 허탈함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후보들 사이의 경쟁이 워낙 치열했던 만큼, 패배한 후보의 해단식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을 위해 전국을 돌며 응원해준 사람들을 향해 오히려 미안해했다.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십니까”라는 말에는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 사람의 섭섭함보다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더 크게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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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대전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의 응원단이 장외에서 비를 맞으며 응원을 이어가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해단식에서 “땀에 젖고 비에 젖은 응원단을 보며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지만 전당대회 내내 울지 않으려고 했다”며 “그랬더니 오히려 지지자들이 더 울더라”고 말하며 응원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그날 정 의원이 길게 이야기한 것은 자신의 패배가 아니었다.
정치가 왜 중요한지, 왜 우리가 정치에서 쉽게 떠나서는 안 되는지,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AI 강국의 토대를 만들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현재의 경제 발전의 기초를 닦은 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감사, 앞으로 국가가 확보하게 될 세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경쟁은 끝났지만 경쟁했던 후보들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까지 달랐던 것은 아니며,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 역시 다르지 않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리고 다시 총선과 대선을 이야기했다.
정치인에게 선거는 숙명이다. 선거에서 이겨야 자신의 정책을 펼칠 수 있고, 의회에서 더 많은 권한을 확보해야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니 선거의 승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가 오직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라면 선거가 끝난 순간 정치도 끝나야 한다.
그날 해단식에서 내가 본 것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정청래 의원은 앞으로 마포의 현안을 해결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 해외를 오갈 일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법안을 만드는 것 자체가 개혁이며, 개혁을 내려놓는 순간 민주당이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문득 질문 하나가 생겼다.
정치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선거에서 이기는 것으로 사는가. 지지율로 사는가. 당내 권력으로 사는가. 아니면 다음 선거의 공천으로 사는가.
아마 정치인에게 그 모든 것은 현실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의회에서 표를 얻어야 하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정치는 선거공학이 되고, 정치인은 선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된다.
어제 해단식에서 내가 본 정청래 의원의 모습은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선거에서 진 정치인의 모습보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지 설명하려는 정치인에 가까웠다.
물론 정치인의 말은 언제나 검증의 대상이다.
좋은 말을 했다고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국가와 국민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실제 정치가 그렇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결국 정치인의 평가는 말이 아니라 법안과 정책, 예산과 의정활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점에서 앞으로 정청래 의원이 어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지를 지켜보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마포의 국회의원이라면 중앙정치의 구호만큼이나 마포 주민들의 삶에 닿아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국가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지역의 쓰레기 소각장, 합정동 군부대 이전, 대장홍대선 같은 구체적인 문제에도 답해야 한다.
정치는 거대한 담론과 아주 작은 생활 사이를 오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해단식은 끝을 의미하는 자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선거운동이라는 하나의 경쟁이 끝났을 뿐, 정치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패배한 사람에게는 다음 정치가 시작되는 자리이고, 지지자들에게는 왜 자신이 그 정치인을 지지했는지 다시 생각하는 자리이며, 정치인에게는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답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되는 자리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정치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결국 사람들의 박수만으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선거의 승리만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그것을 현실의 정책으로 만들어내려는 의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선택해준 사람들에게 끝까지 책임지는 마음.
어쩌면 정치인은 그것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그리고 그 답이 맞는지는 이제부터의 의정활동이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