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오세훈 시장의 지방선거 출마로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되자마자, 시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시민들에게 알렸다. 권한대행을 맡은 김성보 부시장이 첫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시정 공백 최소화와 운영 안정화를 강조했다는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단순한 일정 전달을 넘어, “지금 서울시는 누가 책임지고 있으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시민에게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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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
이 같은 대응은 위기 상황에서 행정이 취해야 할 기본에 가깝다. 단체장이 선거에 출마하거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은 일종의 ‘행정 공백 우려 상황’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 정비만이 아니라, 외부를 향한 명확한 메시지다. 행정은 흔들림 없이 작동하고 있으며, 그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 마포구의 대응은 사뭇 다르다. 박강수 구청장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이후, 마포구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보도자료에서는 구청장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통상 보도자료 상에 지자체 이름 다음에 단체장 이름을 명기해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하는 관행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변화다.
문제는 단순히 ‘이름이 빠졌다’는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서울시처럼 권한대행의 이름과 역할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직 구청장의 권한 행사 범위나 행정 운영 방식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행정을 책임지는 주체가 누구인지 모호해지는 ‘이름 없는 행정’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행정 신뢰의 문제로 직결된다. 보도자료에 명기되는 단체장의 이름은 단순한 서명이 아니라 정책과 결정의 책임을 지는 주체를 드러내는 장치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는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과 행정의 연속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만큼, 오히려 책임 구조를 더 분명히 밝히는 것이 원칙에 가깝다.
미국의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 제도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 국가 비상 상황에서 권력 공백을 막기 위해 사전에 승계자를 지정하고 이를 공개하는 이 제도는, 단순한 안전장치를 넘어 국민에게 “국가는 계속 작동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다르지 않다. 단체장의 궐위나 권한대행 체제는 지역 행정의 연속성을 시험하는 순간이며, 이때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설명이다.
결국 서울시와 마포구의 차이는 ‘무엇을 했는가’보다 ‘어떻게 알렸는가’에서 갈린다. 한쪽은 권한대행 체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행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설명했고, 다른 한쪽은 이름을 지우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책임 주체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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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
보도자료 한 줄, 이름 한 칸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행정이 주민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신뢰를 쌓아가는지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권한대행 체제야말로 행정의 신뢰를 시험하는 순간이다. 그 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조용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분명한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