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7일 마포 — 열대야가 이어지는 여름밤, 마포구 상암동에서는 벌써 56일째 주민들이 밤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신규 마포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투쟁은 이제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권한과 책임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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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페 상암DMC에 올라온 55일차 투쟁 모습 |
서울시와 마포구 간의 갈등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양측은 소각장 설치의 성격을 두고 법정 다툼은 물론, 정치적 충돌까지 이어가는 양상이다.
“사실상 교체다”… 서울시, 여론 반발에 진화 나서
서울시는 17일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신규 마포 광역자원회수시설은 단순한 추가 설치가 아닌, 기존 시설을 대체하는 ‘사실상의 교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보다 친환경적이며, 시범 운영 후 기존 시설은 철거될 예정”이라며 마포구와 일부 언론이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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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보도자료 |
앞서 오세훈 시장은 16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확한 정보를 구민에게 전달하는 데 충실한 역할을 해달라”며 박강수 마포구청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시장 발언의 본질은 구청장이 지역 책임자로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라는 당부였을 뿐”이라며 “이를 왜곡하고 여론을 선동하는 행태는 멈춰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민 선택 받은 구청장, 시장 하급 직원 아니다”… 마포구의 반격
마포구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박강수 구청장은 “마포구청장은 시장의 지시를 따르는 하급직이 아닌, 주민에 의해 선출된 책임자”라며 “지방정부의 권한과 정당성을 훼손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구청장은 이어 “지방자치는 주민이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율성과 분권 원칙에 기반한다”며, “서울시는 상명하달식 구시대적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수십일간 소각장 앞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구청장을 단순한 ‘정보전달자’로만 규정한 서울시의 입장은 주민자치의 본질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소송전으로 비화한 갈등… 지방자치의 시험대
2022년 서울시는 상암동을 신규 소각장 입지로 지정했고, 이에 대해 마포구민들이 낸 행정소송에서 1심 주민 측 승소가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마포구는 이와 별개로 지난 5월 서울시가 4개 자치구와 협약을 개정(‘시설 폐쇄 시까지’ 공동 이용)한 데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포구가 참여하지 않은 채 협약이 수정된 점은 갈등의 또 다른 불씨다.
56일째 밤을 밝히는 주민들… 출구전략은 없나
연일 계속되는 주민 시위는 이제 마포의 일상이 됐다. 주민들은 “더 이상 마포가 쓰레기 처리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주민은 “서울시의 일방적 행정은 1990년대식 개발독재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가 단순한 시설 입지 논란을 넘어 지방정부의 권한, 주민참여 민주주의, 중앙-지방 간 협치 구조를 재검토해야 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포 소각장 논란은 단순히 NIMBY 문제가 아니다. 자치구가 얼마나 자율적으로 주민 의사를 대변하고, 광역행정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지방분권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서울시는 정보 전달 이전에,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성 있는 소통의 장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