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부터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나타나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전국적인 논쟁거리로 번지고 있다. 이 곤충은 사람을 물지 않고, 질병도 옮기지 않으며, 오히려 낙엽을 분해하고 꽃가루를 퍼뜨리는 익충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짧은 출현 기간 동안 군집을 이루며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러브버그는, 정치인과 유튜버, 언론에 의해 “없애야 할 존재”로 낙인찍히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조례 제정과 국회 입법 움직임은 이 ‘불편’을 정책으로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울시 조례, 생태계보다 민원 중심?
서울시는 2025년 3월,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전국 최초로 러브버그 등 대발생 곤충을 관리·방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조례는 “감염병은 유발하지 않지만 시민에게 불쾌감을 주는 곤충”을 ‘대발생 곤충’으로 정의하고, 다음을 허용한다:
친환경 방제 우선이 원칙이지만, 시민 불편을 기준으로 방제 가능
곤충의 생애주기나 생태학적 특성을 고려한 방제 계획 수립 가능
민간·단체 대상 예산 지원 및 시설 설치 가능
그러나 이 조례가 러브버그를 포함한 '익충'의 생태적 가치나 장기적 환경 영향보다는 단기 불쾌감을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이 조례는 입법예고 당시 380여 건의 반대 의견을 받아 한 차례 제정이 보류되기도 했다.
“방제할수록 생태계 교란 심화될 것”
연구자료에 따르면 이 곤충은 살충제 저항 유전자가 많고, 다른 곤충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 살충제를 뿌리면 러브버그는 살아남고 생태계 균형을 잡던 곤충만 사라진다고 한다.
또한 러브버그는 약 360일을 유충 상태로 숲속에서 유기물 분해 활동을 하며 생태계 정화에 기여한다. 짝짓기 시즌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데, 일부 유튜버와 정치권은 이를 무시한 채 “지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언론·정치·SNS, 생태보다 감정에 호소
“징그럽다”, “대통령이 도와줘야 한다”, “환경단체에 반찬으로 보내자” 러브버그 논란은 시민 불쾌감을 자극하는 감성적 언어가 주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중한 생태적 접근을 주장하는 전문가·환경단체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로 몰리고 있다.
정치권: 여야 의원들 “더 강력한 방제” 주문
유튜브: 살충제 살포 장면과 “러브버그 지옥” 강조
언론: “익충이라더니 왜 방제 안 하냐” 비판 기사 확산
이처럼 ‘불편함=박멸’이라는 인식은, 서울시 조례의 친환경 방제 우선 원칙조차 무력화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봉산과 계양산이 알려준 경고
은평구 봉산과 인천 계양산은 러브버그의 대발생 지역이다.
봉산은 2022년 최초 대발생 이후 4년 만에 민원이 3558건에서 982건으로 감소했다.
계양산은 대규모 벌목과 인공 조림, 잦은 살충제 사용으로 곤충군 다양성 붕괴 확인되었다.
생태전문가들은 “러브버그 자체보다 도시 주변 숲의 인공화와 생태계 약화가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입산 통제나 조명 조절 등 비살충적 방법만으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곳도 많았다.
법과 현실, 엇갈리는 도시의 선택
서울시 조례는 ‘친환경 방제’와 ‘시민 불편 해소’라는 두 축을 모두 담고 있지만, 현장 적용에서는 후자가 전자보다 앞서고 있다. 이 조례가 "생태계 교란을 방지할 것"이라는 원칙과 달리,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방제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치권과 언론은 이제 불편을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성숙도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러브버그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회복력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집단적 사유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울특별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관한 조례
[시행 2025. 3. 27.] [서울특별시조례 제9514호, 2025. 3. 27., 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