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이나 풍력을 쓰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데, 꼭 써야 하나요?”
이 질문은 너무도 현실적이다. 에너지 전환에 관심이 없던 시민도, 한여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불신을 품게 된다. 하지만 단기적인 부담만을 이유로 전환을 주저하는 순간, 우리는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을 말한다.
네, 재생에너지는 '지금은' 비쌉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다. 태양광은 낮 동안만,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만든다. 이 간헐성을 보완하려면 가스 발전을 추가해야 하고, 그로 인해 전기 도매가(SMP)는 상승하게 된다. 여기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대한 ‘REC’라는 보조금, 그리고 분산형 전력망 구축, 에너지 저장장치(ESS) 설치 같은 추가 비용도 따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전환 비용’이다. 기존 석탄·원자력 기반 시스템에서 지속가능한 체계로 넘어가는 데 드는 ‘마중물’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 기후 위기의 정면 돌파
2025년의 한반도는 체감온도 40도를 넘는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풀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다.
과거 영국이 석탄을 버리고 석유로 군함을 돌렸을 때처럼, 에너지의 역사는 늘 ‘기술 전환’의 역사였다. 그리고 지금, 태양과 바람은 석유를 대체할 ‘새 연료’가 되고 있다.
화석연료는 ‘할부’, 재생에너지는 ‘일시불'
화석연료는 매년 사 와야 한다. 지금 싸게 느껴지는 건 ‘할부로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태양광·풍력은 설치비가 높지만, 이후 연료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한 번 투자하면 수십 년간 쓸 수 있는 미래형 인프라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재생에너지는 장기적으로 훨씬 저렴해진다.
재생에너지는 비싸지 않다, 우리가 아직 충분히 하지 않았을 뿐
태양광 패널 가격은 이미 과거의 10분의 1 수준이다. 풍력도 기술이 축적될수록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충분한 규모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면, REC 가격처럼 웃돈이 올라가고, 전환의 고통도 늘어난다. 늦게 갈수록 비싸게 치르는 구조인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국산이다: 돈이 국내에 남는다
화석연료는 수입이다. 연료비의 상당수가 해외로 빠져나간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국내 설비, 인력, 장비가 대부분이다. 풍력 발전소를 예로 들면, 전선, 구조물, 설치 선박, 유지보수 인력까지 국내 기업과 노동이 움직인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크다. 기술 독립과 산업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이제는 ‘착해서’가 아니라 ‘현명해서’ 해야 할 때
기후위기 대응이 도덕적 판단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것은 국익과 생존의 문제다. 세계는 이미 재생에너지 기술 경쟁에 돌입했고, 이 싸움에서 뒤처지면 패권은커녕 산업 경쟁력조차 유지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는 지금은 고비용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고비는 반드시 넘어야 할 ‘깔딱고개’다.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기후 위기를 돌파할 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장의 주도권까지 손에 쥘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질문은 “재생에너지가 비싸서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언제까지 비싼 화석연료에 의존할 것인가”여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