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쓰레기통을 찾기 어렵다는 불편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길거리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신 뒤 빈 컵과 포장 쓰레기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 쓰레기를 들고 다니거나 주변에 버리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상인들과 손잡고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명동 거리가게 상인들이 관광객의 쓰레기를 대신 받아 처리하는 '클린 명동 캠페인'이다.
서울시는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명동 일대 거리가게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캠페인 홍보에 나선다고 11월 5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명동을 찾은 관광객이 길거리 음식과 음료를 즐긴 뒤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겪는 불편을 줄이고, 쾌적한 거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관광객이 빈 음료컵이나 음식물 포장 쓰레기를 캠페인에 참여하는 거리가게에 건네면 상인이 대신 처리해 준다. 특히 해당 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하지 않은 관광객도 쓰레기를 맡길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캠페인은 서울남대문경찰서의 요청과 현장 거리가게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추진됐다.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상인들이 관광객의 불편을 함께 해결하는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이용하도록 다국어 안내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캠페인 참여 가게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명동 거리가게에 다국어 안내 표지판을 배포했다.
표지판에는 'WE'LL TAKE YOUR TRASH(쓰레기를 대신 처리해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눈에 띄게 배치하고 영어·일본어·중국어로 이용 방법을 안내한다.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관광정보센터와 관광안내소에서도 캠페인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온라인 홍보도 병행한다. 외국인 여행객을 돕는 숏폼 콘텐츠로 알려진 인플루언서 '헬프윤(HelpYun)'과 협업해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은 쓰레기통을 찾지 못한 외국인 관광객이 음료를 구매했던 가게로 돌아가 빈 컵을 건네는 상황을 담았다. 상인은 관광객의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빈 플라스틱 컵을 받아 처리한다. 캠페인의 취지와 이용 방법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구성이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서울관광 공식 유튜브 채널 '비짓서울TV'와 헬프윤의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개됐으며, SNS 공개 하루 만에 285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상인들의 자발적 참여,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되려면
이번 캠페인은 쓰레기통 부족이라는 도시 문제를 지역사회의 참여로 보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상인들의 선의와 자발성만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살펴봐야 한다.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를 대신 처리하는 일은 상인들에게 추가적인 업무가 될 수 있다. 쓰레기 보관 공간과 처리 비용, 위생 관리 문제도 뒤따른다. 참여 상인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원과 운영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캠페인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 상인들의 참여가 공공 쓰레기 처리시설의 부족을 대신하는 수단으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 관광객이 집중되는 지역에는 적절한 위치에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수거와 관리 인력을 확보하는 공공의 역할도 필요하다.
서울시는 참여 거리가게의 운영 상황과 관광객 반응을 살피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불편사항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향후 관광특구와 전통시장 등 방문객이 많은 지역으로 캠페인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마포의 홍대·연남동에도 필요한 고민
명동에서 시작된 이번 시도는 마포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홍대와 연남동 역시 국내외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모이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거리에서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는 방문객이 많은 만큼 쓰레기를 어디에 버릴 것인지는 관광객의 편의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관광객에게 쾌적한 거리를 제공하는 일은 단순히 청소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시설과 수거 체계, 지역 상인과 주민의 협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번 클린 명동 캠페인이 일회성 홍보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거리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아가 서울시가 캠페인 확대와 함께 공공 쓰레기 처리 인프라에 대한 고민도 이어가야 할 것이다.
깨끗한 도시는 시민과 상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행정이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할 때 만들어진다.